한의사들이 불감증 환자에 대한 토의를 하던 중 여자 후배가 불쑥 질문을 던졌다.

“성에 대해서 얘기들 하시니 묻고 싶은데요. 책이나 영화에 나오는 성에 대한 환상적인 환희의 표현들, 그것 완전 거짓말 아니에요? 솔직히 난 남편과 행위 중에, 집중이 안 되고 지겨울 때가 많던데요. 어떨 땐 ‘이것 끝나면 족발을 시켜 먹을까? 보쌈을 시켜먹을까’ 생각할 때도 있어요.”

“뭣!, 아하하하하”

좌중에 터진 웃음 보따리, 방바닥을 기는 사람까지 있었다.

“누나!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이해가 안 가네?”

“글쎄 말이야!”

“난 이해가 되는데···. 사실 여자들 솔직히 성행위에 집중 안 될 때가 많아요.”

주로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고, 여자들은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자 억울한 듯 한마디 덧붙인다.

“내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10명 중 2-3명 색을 좀 밝히는 애들 빼곤 나머진 다 나하고 비슷하다던데요, 오르가슴인지 뭔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던데요”

이젠 성의 즐거움을 잘 느끼는 사람은 색을 밝히는 사람이라는 꼬리표까지 붙는다. 아직도 이런 편견이 내 후배한테까지 있다는 것이 좀 놀라웠다.

“야! 남편이 참 비참하겠다, 허허!”

“아, 물론 우리 남편은 모르죠. 내가 그냥 아주 좋은 척 하거든요. 더 솔직히 말하면, 더 빨리 끝내고 싶으면 더 많이 오르가슴을 격렬하게 연기해요”

이 대목에선 간간히 웃음도 나왔지만, 좀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언니, 난 운이 좋은가 봐요. 난 신랑하고 잠자리 할 때 눈앞이 아뜩해지고 정말 좋던데요”

그러자 그 후배 “나, 불쌍하다. 그치? 그게 그렇게 좋은 느낌이라는데, 그런 게 있다면 죽기 전에는 한 번은 꼭 느껴보고 싶은데···. 죽는 날까지 못 느끼면, 죽을 때 괴테는 창문을 열어달라면서 ‘좀 더 빛을···’했다는데, 아마 나는 내 남편을 붙잡고 ‘아! 오르~가슴!!!’ 하며 죽을지도 몰라.”

모임이 파하고 사람들 각자 흩어져 집으로 갈 때 나는 그 후배에게 조용히 다가가 언제 한번 남편과 함께 상담하는 자리를 갖자고 하고 헤어졌다. 만나본 남편은 아주 착한 사람이었고, 마음이 쉽게 열려 있어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어주었다. 후배에겐 여성이 성행위 중 상대를 이해하고 도와줘야 할 사항과 부부의 문제점들을 설명해 주었다. 남편에겐 먼저 성에 대한 관념의 전환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설득시켰다.

그리고 그 후 수차례 더 만나 난관에 봉착했을 때의 해결점을 제시해 주었고 그들은 참으로 진지하게 경청했다.

3개월이 지나 학회에서 다시 만난 그 후배는 완전히 변해 있었다.

“내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놀라워요. 처음엔 내가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예전엔 3분만 해도 몸이 힘들고 찌뿌둥했는데, 지금은 두 시간을 하고도 오히려 전혀 힘이 들지 않고 몸이 가벼워요. 하는 내내 아프지도 않고 계속 너무 좋은 거에요. 남편도 예전과 확연히 달리 자신 있고, 활력 넘치게 살고 있어요”

“어, 그래? 잘 됐다. 당연한 결과이고 두 사람이 착해서 받아들일 준비가 돼서 스스로 선물을 받은 것이야!”

“아, 그리고 또 하나 변한 게 있어요! 예전엔 아줌마들끼리 모여 성에 대한 진한 얘기들을 하고 있으면, 난 그 사람들 경멸했거든요. 세상에 할 일아 없어 맨날 모이면 저런 이야기나 하고 있나 하고 말이에요. 근데 내가 이렇게 입장이 바뀌니 그 말들이 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있죠? 이젠 앞으로 살면서 내가 그 입장이 되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하고 재단하고 평가하지 않으려 해요. 그래서 요샌 길에서 뭔가를 호소하면서 유인물을 나눠주면 다 받아서 읽어본다니까요! 아무튼 여러 가지로 고마워요. 내가 한의사로서 환자에게 상담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약력

-. 17년간 성도인술(性導引術) 수련

-. 미국 듀크(DUKE) 의대, 통합의학센터에서 1년간 그룹스터디 참여

-. 수원 소나무한의원 원장 역임

-. 대구 한의대 출강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www.mit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