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한의원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우리 가족과 부부끼리 오랫동안 아는 사이인 데다 아이들 간에도 서로 친해 내가 편안하게 명수어머니로 부르는 이다. 그들 부부는 모두 교수이다. 늘 열린 자세로 사회문제나 집안일 등을 얘기하는 스타일이기에 그들과 함께 있으면 대화하는 시간이 늘 즐거웠다.

“명수어머니, 오늘은 어쩐 일로 여기까지? ”

“예, 그냥 우리 명수아빠 보약 좀 지으려고 왔어요. 그이는 요즘 일이 바빠 직접 못 온대요. 기력도 많이 떨어져 보이고요. 지난번에도 처방해주셨으니 그이가 안 와도 상관없겠죠? 이번엔 양기(陽氣)도 좀 보충시켜주셨으면···”

“음, 그래요. 그런데 원활한 성생활에는 기력 회복도 필요하지만, 마음의 소통이 중요해요. 부부가 서로 허심탄회하게 성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시나요? 워낙 열린 분들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글쎄요, 다른 분야는 어떤 이야기든 서로 잘 통하는데 성에 대한 것만은 그렇게 쉽지 않네요.”

그리고는 무슨 재밌는 얘길 꺼내려는 듯 하더니 큭큭큭 웃음을 참는다.

“뭔데요? 얘기 해보시죠 ”

“우리가 한번은 성행위를 하고 난 후 생전 처음으로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러면서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았다. 그것을 재구성하면 대충 이렇다.

“여보 있잖아, 어제 우리 사랑 나눌 때 나 너무 아팠다! 처음부터 그렇게 힘있게, 빠르게 하니까 너무 아팠어. 미안하지만 다음부턴 천천히 하면 안 될까?”

“엥? 난 또 뭐라고. 어제는 당신을 위해 좀 더 잘 해보려고 남성답게 터프한 온갖 노력을 한 것인데···. 그렇게 하니까 당신도 다른 때와 달리 더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래. 오히려 내가 속으로 체력을 더 길러야 되겠구나 생각했어”

“그랬다고? 난 사실 좋아서 소리낸 게 아니고, 아파서 그런 건데. 자기가 그렇게 빨리 힘있게 하면 당신은 더 좋은 모양이구나 했지”

“아이고! 난 당신이 좋아서 그런 줄 알고, 조금 전까지 해도 온힘을 다 했어. 그것도 젖먹던 힘까지 다 동원해서 말이야”

“난 또 자기가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가 보구나, 그래서 더 빨리 하는구나 생각했지. 난 아팠지만 그래도 당신이 좋아하니까 어떻게든 꾹 참아보자고 했어”

“뭐???”

이것이 요즘 중년 부부 대부분의 자화상일 것이다. 웃음을 짓기 이전에 슬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서로를 배려한다면서 서로가 힘든 쪽으로 몰고 가는 안타까움마저 느껴진다. 상대방만을 배려할 줄만 알지 실상은 잘 모르는 우리네 삶의 애처로운 편린이다.

그래도 명수어머니처럼 한 번이라도 성에 대해 부부가 서로 솔직한 대화를 나눈 것은 아주 중요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일단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그 다음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수어머니에게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탄트릭 펄세이션 호흡법’을 가르쳐주었다. 나중에 만났을 때 들어보니 자신들은 효과를 많이 봤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있다고 한다.

‘힘’을 중시하는 남성과 ‘감성’을 선호하는 여성의 충돌. 어떤 이는 남자와 여자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남자와 여자는 다른 종(種)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다름이 있기에 우리는 자석처럼 서로에 대해서 강하게 끌리고, 두 에너지의 합일이 주는 희열을 즐긴다. 나아가 자신의 나머지 반쪽을 찾은 기쁨을 맛봐 부부를 완전하게 만든다. 이런 다름을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이해의 폭을 넓힌다면 성생활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남녀의 에너지 차이는 머릿속으로 이해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남녀가 호흡법을 같이 하면 더 좋다. 이런 훈련을 통해서 남녀의 힘과 감성이 만나면 이제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아니라, 지구에 같이 조화롭게 존재하는, 아니 우주와 융화하는 남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www.mit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