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사회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한다. 특히, 새로 생기는 말에서 이러한 특징이 더욱 잘 나타나기 때문에 신조어는 사회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새로 생긴 말 중에 호모나이트쿠스(homo-nightcus)라는 말이 있는데 밤을 뜻하는 나이트(night)에 인간을 뜻하는 접미사[cus]를 붙여 만든 신조어로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틀에 박힌 삶을 거부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편의점이나 할인점이 24시간 영업을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이고 극장이나 휘트니스 클럽 등 다양한 문화공간을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도심지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밤 12시라고 해도 대낮처럼 활기가 넘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진료실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의 대부분도 취침 시간이 밤 12시 무렵이었다. 많은 학업량과 인터넷, 컴퓨터 게임 등이 초등학생들의 수면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밤 9시면 나오던 ‘어린이는 지금 잘 시간입니다’라는 방송은 이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와 같은 변화를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한의사인 필자 입장에서는 우리 몸과 관련 지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32세의 전문직 여성이 탈모 때문에 한의원을 방문하였다. 탈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여성 환자의 경우 수면 시간이 문제가 되었는데 일이 끝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보통 새벽 3-4시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탈모로 고생하는 환자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밤낮이 바뀌어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의보감에서 ‘모발은 혈의 나머지이다 (髮者

血之餘)’라고 하여 혈의 상태를 모발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모발이 검고 윤택하며 숱이 많으면 혈의 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에 여자의 경우 생리도 정상적이고 임신도 쉽게 할 수 있다. 반대로 머리가 푸석거리고 숱이 적으면 혈이 부족하기 때문에 피부나 손톱도 거칠고 생리도 문제가 생기며 심한 경우 불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이 모발은 혈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물론 혈은 음식물의 섭취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陰血生於水穀)이 가장 일차적이지만 수면과의 관련성도 부정할 수 없다.

충분한 시간의 수면을 취하고 밤에 제때에 자는 것이 혈의 생성과 저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면 시간이 부족하거나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면 혈이 부족한 혈허(血虛)나 음허(陰虛)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요즘 들어 증가 추세에 있는 질환들 중에서 혈허나 음허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 탈모와 결핵, 그리고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무리한 다이어트와 맞물려 탈모가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질환이 되었다.

동의보감에서 ‘하늘에 밤과 낮이 있듯이 사람은 잠이 들고 깨어난다(天有晝夜 人有寤寐)’라고 한 것처럼 이제는 날이 어두워지면 집으로 들어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잠자리에 드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먹는 문제의 해결이 시급했던 시절에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관건이었다면 이제는 잘 자고 잘 사는 것이 최대의 화두가 된 시대에 살고 있다.

▲ 약력

- 경희대학교 한의학박사
- 동의보감 번역
- 동의보감연구회 교수
- 대한형상의학회, 대한한방비만학회, 한방경피침주학회, 대한한방두피관리학회 정회원


남무길 본디올 고운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