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에서 말하는 질병 진단의 요체는 크게 4가지다. 첫째, 잘 먹느냐, 둘째 대·소변을 잘 배설하느냐, 셋째 잠은 잘 자느냐, 마지막으로 성생활을 잘하느냐이다. 성생활에서 몸의 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질병을 부르며 중요한 치료 대상이 된다.

또한 <동의보감>이 첫 장부터 강조하는 것은 정(精)이다. 이는 생명의 근원적 에너지를 말하며, 성 에너지의 물질적 토대로 간주한다. 우리 몸의 성 에너지가 사랑 에너지와 영성 에너지로 연결되는, 하나의 동일한 에너지임을 정(精), 기(氣). 신(神)으로 표현하고 있다.

촛불에 비유하자면 촛농이 정(精)이고, 불꽃이 기(氣)이며, 주위의 밝음이 신(神)이다. 촛농(성 에너지)이 튼실하면, 불꽃(사랑 에너지)이 활활 탈 것이고, 그러면 주위가 더욱 밝아지는 것(영성 에너지)는 이치와 같다는 것이다.

속세의 일부 사람들은 스님들이 정력 떨어지는 음식을 먹어야 수련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오해이다. 스님들이야말로 가장 정력이 좋아야 한다.

스님들은 영성을 밝히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성 에너지와 영성 에너지는 같은 에너지의 변형된 다른 이름일 뿐이다. 다만 오신채(五辛菜, 마늘 달래 파 부추 흥거)라 하여 자극적 향신료를 피하는 것은 그 음식들이 허화(虛火)를 망동(妄動)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님들이 먹는 담담한 야채, 고요한 마음 등은 가장 정(精)을 잘 만들어내는 재료들이다. 이런 정(精) 에너지를 참선 등의 방편을 통하여 순환시켜 사랑과 영성을 전파하는 데 쓴다.

그래서 정(精)의 에너지를 척추의 정중앙선으로 올리고 이를 다시 배의 정중앙선으로 끌어내려 단전으로 순환시키는 임독(任督) 유통이나 소주천(小周天) 순환을 통하여 뇌수로 보내 영성의 자원으로 쓰는 일을 환정보뇌(還精補腦)라 한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정력이 강해지면 그걸 발산하느라 엄청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닐까 걱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이 충만해지면 색욕에 훨씬 의연해지고, 기가 충실해지면 식탐에 훨씬 의연해지고, 또한 신이 충만해지면 수면욕에 훨씬 의연해진다” 라는 말이 있다. 필요할 땐 충분히 그 에너지를 활용할 수도 있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또 거기에 끌려가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권태기 극복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의학적으로는 우리 몸에서 방출되는 성 유인 호르몬인 페르몬의 흡인력이 1년 반밖에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즉, 한 상대에 대해서 1년 반이 지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는 권태로워진다는 것. 그러나 성 에너지의 운용을 손실 없이 잘 순환시키는 성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건 맞지 않는 이론이다.

이런 남편들에게 아내는 매번 예쁘고,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 성 에너지의 충만으로 기본적으로 사랑의 차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정의 일시적인 짜릿함만을 추구하는 대신에 아내와 음과 양의 에너지를 교류하는 일은 일종의 황홀한 의식이며 깊은 명상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www.mit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