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食이 건강 장수의 묘약이다

사는 즐거움 중에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웰빙 바람을 타고 각 방송사마다 맛있는 음식과 맛집을 경쟁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이 웰빙에서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행여나 과식을 부추겨서 노화를 촉진시키지는 않을까 노화방지 전문가로서 걱정이 들기도 한다.

옛날부터 여러 가지 장수법이 전해져 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유일한 장수법이라고 하면 소식(小食)을 들 수 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소식하는 사람이 장수한다”는 말이 이제 현대의학적으로 사실임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소식이란 단순히 먹는 음식의 양이 많고 적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칼로리 제한을 말한다.

즉 채소처럼 칼로리가 적은 음식은 많이 먹어도 되지만 베이컨이나 육포처럼 양에 비해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상대적으로 적게 먹어도 좋지 않다는 말이다.

소식에 관한 연구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원숭이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를 보면 마음대로 먹게 한 원숭이보다 30% 정도 열량을 제한한 원숭이가 약 30%정도 수명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실험 방법에 어려움이 있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소식을 하면 체중과 혈압이 내려가고, 체지방과 혈중 지질이 줄며, 혈당 조절 기능이 좋아지고, 체온이 내려가는 생리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변화는 비만,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증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수명을 연장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소식이 나이가 들면서 줄어드는 노화방지 호르몬인 DHEA와 멜라토닌의 분비 감소를 둔화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소식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것인가? 과거에는 활성산소 이론이 유력했다. 많이 먹을수록 음식을 소화하고 에너지를 내는 데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유해 활성산소가 더 많이 발생하여 세포와 DNA에 손상을 주게 되며, 적게 먹을수록 활성산소가 적게 생겨 질병 예방과 노화 방지 및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소식이 장수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하였다. (레드와인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도 같은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소식이 노화방지와 장수에 좋다는 것을 알아도 실천이 어려운 것은 맛있는 음식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음식의 유혹 정도는 참을 수 있는데 소식을 하면 기운이 없고 심지어는 어지럽기까지 해서 어쩔 수 없이 배불리 많이 먹는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밥심’으로 사는데 적게 먹으면 허기가 져서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소식을 시작하는 초기에만 그렇지 적응을 하면 괜찮아진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소식으로 인해 체중이 줄어들어도 신체적으로 최상의 건강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물론 기억력이나 집중력 등 정신적 활동도가 더 높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소식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를 섭취해야 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섭취 열량은 성인 남성 기준으로 약 2000-2500Kcal 정도이다. 여기서 30%를 줄이면 약 1500-1800Kcal 정도가 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되면 그냥 지금 먹고 있는 양에서 밥을 1/3-1/4 정도 줄이면 된다.

소식이 정 힘들다면 최소한 과식으로 건강을 해치지는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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