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에서 개최된 국제 디자인공모전에서 운좋게도 최종 결선 진출자 중 한 명으로 내가 선정됐다. 소니와 구글이 후원하고, 영국의 빌딩 디자인(Building Design) 잡지사가 공모전을 자세히 소개했다.

후원사가 세계적인 기업이라 그런지 결선 진출자들에게 주는 선물이 푸짐했다. 나도 17인치 소니 바이오 노트북을 상품으로 받아 7년 만에 개인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였다.

3개 분야에서 각각 4명씩 총 12명의 최종결선 진출자들은 올해 3월에 영국 런던으로 초대되어 마지막으로 자웅을 겨뤘다. 심사 장소는 구글의 런던지사. 12명의 출신 국적은 영국, 이탈리아, 호주, 아르헨티나, 미국이었다. 나는 미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유일한 아시아인으로 미국 대표(?)가 되었다.

미국의 구직자들이라면 누구나 입사를 하고 싶어하는 꿈의 직장은 구글이 아닐까. 이번의 디자인 공모전 덕분에 소문으로만 듣던 구글 HQ(Head Quarters) 오피스를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비록 구글의 미국 본사가 아닌 런던지사였지만 회사 근무환경은 어느 곳이나 비슷할 거라 생각한다. 짧은 방문 시간이었지만 체험 인상기를 싣는다.

구글의 런던지사 위치는 빅토리아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7층 빌딩. 건물 바깥은 온통 유리벽으로 되어 있다. 그중 구글은 3개 층을 쓰고 있다. 구글 사무실을 방문하려면 몇 단계의 까다로운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로비에서 컴퓨터 카메라로 얼굴 사진을 찍은 후 출입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출입증은 단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의 구글 사무실 입구로 가는 것만 허용되는 표식일 뿐이다. 이후 구글 사무실에 도착하면 다시 자필 서명을 한 뒤 방문객 스티커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방문 스티커가 구글 사무실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것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지사장에게 주어진 마스터 카드를 소지해야 비로소 모든 사무실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우리들은 구글 사무실에 도착해 심사위원들을 기다리면서 로비에서 상당 시간을 멀뚱하니 갇혀(?) 지냈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구경할 수도, 그렇다고 결선 심사를 포기하고 건물 밖으로 나갈 수도 없으니 외부 방문객에겐 상당히 불편한 장소였던 셈이다.

그러나 로비의 풍경이 밋밋한 것만은 아니었다. 한쪽 벽면에는 구글의 입체 세계지도 서비스인 구글어서(google earth)가 프로젝터로 제공하는 각국의 주요 도시들의 위성사진들을 보여줬다.

반투명의 회색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다른 쪽 벽면에는 시시각각 검색되는 수십 개의 단어들을 세로 한 줄로 끊임없이 보여줬다. 구글의 힘을 느낄 수 있었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점심시간이 되면서 구글의 감동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구글 레스토랑의 완벽한 서비스에 대해서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문을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와서 보니 소문 그대로였다.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뷔페식으로 차려 나왔다.

스시부터 랍스터, 스테이크까지 고급 메뉴가 종류별로 서비스되었다. 직원들은 레스토랑에서 아침, 점심, 저녁 식사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레스토랑과는 별도로 층마다 간이 카페테리아도 있었다. 그곳에선 음료수와 간이 스낵, 과일 등은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물론 방문객에게도 똑같이 제공되었다.

구글은 직원이 밖에서 3시간 정도 점심시간을 보내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대개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팀미팅을 주변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갖는다. 하여튼 먹는 복지만큼은 세계에서 구글보다 나은 회사는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건물 중간에는 휴식 장소로 스카이라인이 뚜렷한 아트리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여러 종류의 편안한 소파가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어 쉬기에는 그만이다. 아무 때나 와서 잠을 자도 되고, 노트북을 들고 와서 그곳에서 일을 해도 된다. 한 쪽 벽면은 화이트보드로 되어 있어 메모판이나 게시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일부 팀은 아예 휴게실에서 회의를 열기도 한다.

가끔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일하거나 날을 새기도 해야 하는 건축학도로서 내게는 너무나 부러운 근무환경이었다.

그래서 구글 직원에게 어떻게 하면 입사할 수 있는지 살짝 물어보았다. 구글은 다양한 분야에서 수시로 직원을 채용한다. 런던지사의 경우 8차례의 인터뷰 관문을 통과해야 입사할 수 있다. 만약 불합격 하더라도, 다른 부서나 다음 기회에 계속해서 지원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직원들은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이 대단했다. 역으로, 최상의 대우를 받으니 일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최근에는 구글에 인재가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자가용보다 편리한 통근버스 시스템에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구글 런던지사 방문에서 ‘행복한 기업’의 사원복지와 근무환경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서대정 통신원(미국 하버드대학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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