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 의자에 기댄 채 밤 새우기 일쑤근본적 치료안돼 '약과의 전쟁'…17개월 아이가 매일 비아그라 먹기도

“하루하루 숨을 잘 쉴 수 있게 해주세요.”

폐동맥고혈압은 폐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에 문제가 생겨서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는 젊은 성인에게 많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점점 심박출량이 감소하여 호흡곤란, 전신무력감, 현기증 등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에는 실신하거나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할 수 있다.

발생 빈도는 인구 100만 명 당 2명 정도로 희귀하며, 국내에는 약 1,500여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밥 한 숟가락 먹고 산소 호흡 한 번 해요.”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cafe.daum.net/pulmonaryhtn) 송수근(46) 회장은 폐동맥고혈압 환우 중에서도 심각한 경우다.

180cm 의 훤칠한 키에도 불구하고 체중은 채 60kg이 되지 않는다. 비만은 원활한 호흡의 적이므로 체중 감량은 이 병 환자에겐 필수 사항이지만, 굳이 체중 조절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살이 쑥쑥 빠지고 있다. 간과 폐동맥 질환을 동시에 앓는 탓이다.

7월 16일 삼성의료원에서 만난 송 회장은 “이틀 사이 체중이 5kg이나 줄었다”고 했다.

송 회장이 처음 폐동맥 고혈압 진단을 받은 것은 2005년 6월. 뜻밖에도 간이식을 위한 수술실에서였다. 수술 전 마취 후 시행한 심도자술(카테터라고 불리는 길고 가는 관을 심장과 폐동맥 혈관 속으로 삽입하여 이루어지는 검사로 폐동맥의 혈압과 혈관 저항 및 심박출량을 측정하는 진단법) 결과 수치가 정상 범주의 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부담이 커서 도저히 몸에 칼을 댈 상황이 아니었다. 간이식 수술은 취소됐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지난해 9월, 송 회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수술대 위에 다시 누워야 했다.

당시 폐동맥압은 전년보다도 두 배가 더 높아진 상태. 소생률을 불과 20~30%로 예상할 정도로 쉽지 않은 수술이었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고 했다. 당장 간 이식을 받지 않으면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폐동맥고혈압은 선천성 심장 및 폐, 간 질환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원인을 제거하면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목숨을 건 선택이었지만, 간과 폐동맥고혈압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1석 2조의 효과를 조심스레 기대했다.

그러나 희망은 무너졌다. 송 회장은 요즘 밤에도 잠을 누워서 청하지 못한다. 묵직한 가슴의 통증과 호흡 곤란이 수시로 엄습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숨을 편안하게 쉬기 위해, 눕지 못하고 의자에 기댄 채 밤을 새우기 일쑤다.

특히 황사가 올 때나 비 오는 날을 전후해서는 일기예보보다도 정확하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송 회장은 “날씨가 궂을 때에 회원들에게 전화를 해보면 거의 다 앓아 누워 있다”고 말했다.

호흡 곤란과 더불어 운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폐동맥고혈압의 주요 특징이다.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은 숨이 차서 10m를 쉬지 않고 걷기도 힘들다. 송 회장은 “계단을 보면 겁이 나서 지하철 타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비행기도 탈 수 없다”고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어려움을 전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이들은 경제력을 잃고,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을 하지 못해 육체적인 아픔에 정신적인 고통마저 더해진다고 송 회장은 말했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갑자기 숨이 턱까지 차서 죽을 수 있다”는 공포도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에게 쉽게 떨쳐낼 수 없는 아픔이다.

하지만 아직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고, 일반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의 하루하루는 ‘약과의 전쟁’의 연속이다.

부천에 사는 생후 17개월 된 민수(가명)는 매일 비아그라를 먹는다. 비아그라는 음경의 동맥을 확장시켜 발기를 유도하는 약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폐동맥도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민수는 생후 2개월, 소아과 검진에서 심장 이상을 진단 받고, 심장수술(심방중격결손, 동맥관개존증)을 받았다. 수술 시간만 꼬박 9시간 후 한 달 반의 퇴원. 그러나 두 달 후 다시 중환자실로 실려간 민수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여린 숨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다.

수술 당시 4kg이던 민수의 체중은 일 년 반이 지난 지금 겨우 3kg만이 늘었다. “얼마나 고통이 컸으면… 심장 수술을 하면 폐동맥압도 좋아질 줄 알았는데….” 엄마는 수술 후에도 호흡 곤란을 겪는 민수를 보며 말을 잇지 못한다.

민수는 비아그라와 항응고제, 이뇨제 등의 약을 하루 네 번 복용하고, 흡입제인 벤타비스를 매일 여섯 차례나 흡입하고 있다.

비아그라의 경우, 민수는 7kg의 체중에 따라 아주 극소량만을 갈아서 먹이고 있는데도 한 달 약값은 10만원. 산소흡입기 사용료 월 10만원. 흡입치료제 월 20만~30만원. 아무리 적게 잡아도 대략 약값으로만 월 50만원 이상이 든다.

그나마 지난해 11월부터 심장수술을 한 경우 흡입치료제의 약값을 보험 처리해줘 절감된 결과이다. 이전에는 흡입치료 비용만 월 100만원이 넘었다.

민수 엄마는 “아이가 커갈수록 약물 복용 용량도 늘어나 약값 부담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래서 질환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송 회장은 “폐동맥고혈압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진단 후 3년 이내에 사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질환이고, 일상활동의 어려움에도 질환 자체만으로는 장애 등록이 되지 않아 그로 인한 의료비 지원 혜택이 전혀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원인 및 증상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이 좁아지거나 혈전에 의해 막히거나 혹은 혈관이 변형되면서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지게 되는 질환이다.

피로, 실신, 어지러움, 발목과 다리의 부종, 객혈, 쉰 목소리, 호흡곤란, 심부전과 같은 여러 증상들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20대에서 40대 사이 환자가 많으며, 남성보다 여성환자가 1.7배 정도 많다.

폐동맥고혈압은 크게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폐동맥고혈압(IPAH)과 유전과 관계 있는 가족성 폐동맥고혈압(FPAH), 신생아의 지속성 폐동맥고혈압(PPAH), 루푸스, 선천성 심장질환 등 다른 질환 혹은 원인과 관련된 고혈압 등으로 나뉜다.

원인이 무엇인가에 따라 치료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 진단 및 치료

폐동맥고혈압을 확진하는 진단법으로는 심초음파, 심전도, 심도자술, 6분 도보검사 등이 행해진다. 이로써 폐동맥고혈압이 확인되면 유형을 알아봐야 한다.

폐동맥고혈압의 유형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흉부 X-ray, 자가항체 혈액검사, 간기능 검사, 폐기능 검사, 혈전색전증과 같은 원인을 찾기 위한 환기-관류 스캔, 저산소증이나 고탄산혈증을 확인하는 동맥혈가스분석 등이 실시된다.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지만, 폐동맥의 압력을 낮추고 심장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치료인 만큼 꾸준한 약물치료가 요구된다. 드물게는 심장과 폐의 이식이 이뤄지기도 한다.

■ 한국폐동맥고혈압환우회가 추천하는 전문의는 다음과 같다.

분당 서울대병원 심장센터 장혁재 (031) 787-2320

삼성서울병원 심장소아과 강이석 (02) 3410-3539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김호중 (02) 3410-3429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덕경 (02) 3410-3419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상도 (02) 3010-3130

* ‘우리 희망을 함께 나눠요’는 이번 주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 동안 희귀병 환우분들에게 관심과 정성을 보여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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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