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기를 어디에 축적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를 잠깐 살펴보기로 하자.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단전호흡을 하는 모든 문파에서는 단전의 위치를 배꼽 세치 밑으로 보았다. 그 곳의 혈 이름을 ‘기해’(氣海)라고 하는데 그 곳에 기를 축적해야 한다는 것에는 오늘날까지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체 기맥의 원리에서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자. 잘 알다시피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에 인체의 기맥(氣脈)—한의학에서 말하는 기경팔맥과 12경락—은 허리 주위를 도는 대맥을 제외하고는 상하로 흐르고 있다.

상하로 연결된 것은 기(氣)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야 하는 유통맥이기 때문이다. 즉 위아래로 연결되어야만 천기와 지기가 서로 연결되어 흐른다.

연통이 막히면 가스에 질식되어 죽게 되듯이, 상하로 연결된 유통맥이 막히면 인간은 온갖 병에 시달리게 된다.

‘기(氣) 막혀 죽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것이 막히면 뭇 질병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상하로 이어져 있는 기맥에 축기를 하면 그 유통맥을 막아놓는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기존의 단전(기해)은 인체의 전면 상하로 흐르는 임맥(任脈)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에 축기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유통맥을 막아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하가 아닌 좌우로 연결된 기맥만이 유통맥을 막지 않고 기운을 저장할 수 있다. 인체의 중심에서 좌우로 연결된 기맥은 허리를 도는 대맥밖에 없다. 따라서 대맥만이 진정한 기운의 저장 창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맥은 허리둘레를 둥그렇게 돌고 있는, 즉 엉덩이 골반 위를 따라 둥그렇게 허리선을 감싸고 있는 누구나 만져볼 수 있는 기맥이다. 이 대맥이 바로 태초에 인간이 비롯될 때부터 기(氣)를 저장하는 데 쓰라고 만들어진 창고이다. 바로 율려선은 기맥의 원리에 의해 이 대맥에 축기하여 그것이 스스로 율려운동을 하게 하는 방법이다.

물론 배꼽 세치 밑의 기해가 소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물레방아 같은 역할을 해주는 기혈이다. 즉 기(氣)가 흘러갈 때 역류하지 못하게 하고, 그 흐름을 강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물레방아에는 물이 어느 정도 머물 수는 있지만, 결국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런 곳에 정신을 집중하여 무리해서 기를 저장하려고 하면, 물레방아가 멈출 수밖에 없고 결국 역류하게 되어 온갖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기 수련의 부작용으로 시달리는 ‘기체(氣滯)’ 같은 것들은 이러한 원리를 파악하지 못하는 데에서 나온다.

요컨대 인체에서 기(氣)를 저장하고 뿜어줄 수 있는 장소는 유일하게 좌우로 흐르는 기맥, 즉 대맥뿐이다. 물론 대맥 자체가 단전이 아니지만, 여기에 기(氣)가 저장될 때 비로소 대맥 자체가 기의 밭인 단전(丹田)으로 변화하게 된다. 즉 대맥 단전이 형성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아기시절에는 이 대맥 단전을 갖고 있다. 두 살 이내의 어린 아이의 아랫배를 보면 이러한 대맥에 형성된 단전이 있다. 아기의 겨드랑이를 양 손으로 잡고 몸을 상하로 움직여 보면 허리 쪽 아랫배에 위 아래로 출렁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대맥 단전이다. 이 대맥단전이 기(氣)를 저장하고 뿜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저장해 놓은 기(氣)를 조금씩 까먹게 된다. 마치 땅을 파고 파이프를 박아 지하수를 퍼 올려 쓰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하수가 고갈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하수는 수량이 작아지면 나오다 안 나오다 하다가 결국 말라버리게 된다. 인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대맥 단전에 저장된 기(氣)가 점점 소비되고, 결국은 기(氣)가 말라버리어 막혀버리는 지경에 이른다. ‘기(氣)막혀 죽는다’ 라는 말이 있듯이, 어릴 때 저장된 기(氣)를 몽땅 다 써버리고 결국 기(氣)가 완전히 막히게 되면 사망하게 된다.

물론 기(氣)를 다 써버리지 않았어도 기가 부족하여 제대로 돌지 못하면 이것 또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왜냐하면 불완전한 기(氣)의 흐름은 혈류(血流)에 악영향을 주고, 혈류는 세포에, 세포는 면역체계에 영향을 주어 병을 일으키고 인체를 노쇠하게 만든다.

따라서 젊고 건강하게 살려면 소비된 기(氣)를 보충하여 대맥에 다시 풍부하게 저장해야한다. 이런 작업을 ‘축기(畜氣)’라고 한다. 돈을 저축하듯 기(氣)를 저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배운 율려선의 행공은 바로 이러한 축기작업, 즉 대맥에 기를 저축하여 젊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인 것이다.

■ 글쓴이 성경준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율려선 사이트 www.sea-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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