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자살을 많이 합니다. 2005년 통계에서 한국인의 자살률은 10만명 당 25명으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20명, 미국의 10명에 비해서 매우 대조되는 수치이지요.

한국인은 전국에서 매일 30명 정도가 자살을 합니다. 이는 암, 뇌졸중, 심장병, 당뇨에 이은 한국인 사망원인 5위가 됩니다.

한국인의 자살률은 지난 10년 동안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언론 보도로 인해, 흔히들 자살을 많이 하는 계층은 청소년이나 청년들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이 거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10대가 10만 명당 4명, 20대가 14명, 30대가 17명인데 반해, 60대는 47명, 70대 74명, 80세 이상은 113명 등입니다. 청소년의 자살은 다른 사망원인과 혼돈될 경우가 별로 없지만, 노인의 자살은 다른 노인질환과 혼동되기 쉽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사망자수를 보아도 2006년에 10대는 233명이 자살을 한 것에 비해, 60대 1,744명, 70대 1,500명 등입니다. 남녀별로 보면 여자는 10만 명당 15명, 남자는 31명으로 남자가 거의 2배가 넘습니다. 남녀비율은 청소년층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던 것이 장노년층으로 가면 높아지는데, 예컨대 60대에는 남자가 거의 3배 정도로 많게 됩니다.

젊은이들은 자살 시도 후 실행으로 이어지는 예가 200대 1 정도로 희박하나, 노인들은 그 비율이 4대 1정도로 자살의지가 강합니다.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씀 드리면, 한국인은 남자이면서, 노인이 될수록 자살을 많이 한다는 것이지요.

젊은이들은 자신의 자살의도를 잘 호소하는 반면에, 노인들은 그 반대로 자살의지를 교묘하게 은폐합니다. 그만큼 노인들의 자살을 미리 알기 어렵고, 막기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지만, 노인들의 자살은 상당 부분 막을 수가 있습니다.

먼저, 아셔야 할 점은 노인들이 왜 자살을 할 수 밖에 없는가 하는 이유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상실이겠지요! 은퇴를 한 이후 자신이 일생 동안 배우고, 해왔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실이 가장 큽니다.

여기에 자연히 경제적 상실도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둘째는 혼자 살아야 하는 고독고(孤獨苦)입니다. 일 중심적으로 관계를 형성했던 남자들은 그 일이 없어지면서 자연히 만나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도 하나 둘씩 일 또는 건강 상의 이유로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아들딸, 손주들이 있기는 하나 세대차로 점점 대화하기가 어렵습니다. 혼자 사는 면에서는 여성들이 유리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자살률이 더 낮습니다. 셋째는 건강의 상실입니다.

이전 같은 외모는 물론 체력도 갖지를 못하고, 이러저러한 질병 때문에 고통에 시달리고 병원방문이 주된 일이 되어 버립니다. 이런 삶이라면 누구나 자살을 생각할 수밖에는 없지 않을까요?

노인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회와 가족이 함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먼저, 노인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둘째는 젊은이들이 좀더 나이든 분들과의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셋째는, 노인들 스스로도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다라는 체념보다는, 또는 좋았던 과거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현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제부터 무엇이든 새로 시작해본다는 적극적인 제2의 인생설계가 필요합니다.

한국노인의 자살은 더 이상 쉬 쉬 할 일이 아닙니다.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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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