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는 리노바이러스로 대표되는 200여종의 감기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감염병이지만, 더 엄밀하게 말해서는 저항력약화병으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감기바이러스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둘러 싸고 있고 계속 우리 몸에 침투하고 있지만, 감기에 걸리고 걸리지 않음은, 바이러스가 아닌 내 몸의 저항력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지요. 걸린 감기가 증세가 심하고 오래 가는 것도 사실은 바이러스의 독성이 심해서라기 보다는 내가 약해서인 것입니다.

저항력이 강한 사람은 독감바이러스에 걸려도 감기같이 앓지만, 저항력이 약한 사람은 감기바이러스에 걸려도 독감같이 앓습니다. 감기는 보통 2-3일, 길어야 2주일 정도 가는 병입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저항력을 최대로 키울 수 있다면, 성공적인 감기치료가 됩니다. 불행히도 고춧가루를 듬뿍 탄 콩나물국이나, 쌍화탕, 주사나 복용약 그 어느 것도 짧은 시간에 저항력을 키워주지는 못합니다.

독감은 감기가 아니기 때문에 독감예방주사로는 감기를 예방할 수 없습니다. 또한 비타민 C를 고용량으로 장복한다고 하여도 감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고, 면역력을 높여 준다는 산삼, 녹용 등의 건강식품을 먹어 봐도 그 효과는 일시적일 뿐입니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분들은 사실은 감기를 습관화하는 사람들입니다.

감기만 들면 괴로워하고, 누구보다도 빨리 고치려 하며, 감기에 좋다는 것은 다 하려 하지만, 사실은 그래서 감기에 자주 걸린다는 것이지요. 감기를 습관화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설적으로 감기를 그냥 앓으라는 것입니다.

감기가 내 몸에 주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 들이면, 내 몸은 그것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다음에 감기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맹렬히 저항을 합니다. 반면에, 감기를 약이나 주사로 증세를 경감시키면, 내 몸에는 아무런 기억이 남지를 않고, 다음에도 감기에 저항하지 않게 됩니다. 스스로 싸우지 않아도 약이 대신 싸워 주니까요!

감기는 사실은 내 몸의 체력이 다 소모되었을 때 발생합니다. 감기를 그냥 앓으면, 며칠 간은 쉴 수 밖에 없고, 바로 이 휴식이 소모된 체력을 회복시켜 줍니다. 이 소중한 기회마저 ‘쉬는 것은 게으름이야’ 하고 무시를 한다면 내 몸은 반드시 감기를 다시 불러드림으로써 보복을 한 답니다. 감기를 습관화하는 지름길인 것이지요. 감기를 그냥 앓는 것이야말로 감기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알고 보면 감기는 좋은 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기는 내 몸의 변화를 감지하여 체력이 약해졌음을 경고하는 파수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감기에 걸리는 것은 이미 무리를 했거나, 체력이 거의 소모가 되었을 때이므로, ‘일 만해서는 안되고 이제부터 건강도 챙기라’라는 신호가 됩니다.

감기는 걸릴수록 신체의 면역력이 증강되는데 감기를 파수군으로 잘 이용하는 것이 전제조건이 됩니다. 자꾸 감기 걸린다고 움추러 들게 아니라, “걸릴 테면 걸려 보라”라고 맞서는 것이 좋습니다. 두려워하여 안 걸리려고 애쓰면, 오히려 더 잘 걸리게 되는 것이 감기입니다.

감기가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감기가 걸리면 긴장된 몸을 이완시켜 준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기의 나쁜 증세에만 고착하여 싫증을 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긴장감을 해소하고 뭉쳤던 근육도 풀리게 하는 항스트레스 효과가 있음을 만끽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체중조절을 해야 하는 대부분의 중년인 들에게는 다이어트라는 보너스효과도 있습니다. 평소에 식욕 참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감기는 처방이 필요 없는 자연적인 식욕억제제인 셈이지요.

과거에는 잘 먹어야 감기가 빨리 낫는다고 했지만, 영양과잉인 현대인에게는 “그만 좀 먹어라” 라는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감기는 현대인에게는 좋은 병입니다.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 '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 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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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