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야 늙어서 고생하지 않는다’, 또는 ‘한 20년 열심히 일해서 빨리 은퇴하고, 그 이후에는 쉬거나 놀기만 할 거야’ 가 혹시 여러분들의 인생 계획이 아닌가요?

따라서 지금은 일을 위해 자신의 몸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거의 없지는 않은가요? 그런 것들은 빨리 은퇴해서 나중에 차차 하면 돼 하며 뒤로 미루고 있지는 않나요?

그런데 이런 분들에게 제가 흔히 보는 현상은 나중에 챙기고자 했던 건강, 가족, 친구들이, 일에서 은퇴하고 나면 회복되지 못할 수준으로 빠지게 되는 경우입니다.

며칠 전에 제 진료실에서 있었던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중소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50대 후반의 사장님이셨지요. 술도 세고 체력도 좋으셔서 주위에서는 일을 매우 잘 하는 대단한 분으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이제 2-3년만 더 열심히 일하고 은퇴하여 편안히 사는 것이 이 분의 꿈이었지요.

그런 그 분에게 저는 진행된 간암이라는 본인에게는 청천벽력의 판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때가 의사인 저로서도 매우 힘든 시간이었지요.

한국 남자 40-50대의 사망률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통계는 바로 이런 우리들의 가치관과 인생설계에서 나오고 있지는 않을까요? ‘지금 일을 열심히 해야만 먹고 살 수 있고, 나중에 편안하게 살게 돼’ 라는 바로 그 가치관이지요.

열심히 일하고 일찍 은퇴하면 잃는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가족과 친구들입니다.

열심히 일하느라 자녀들과 얘기할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정작 은퇴하여 시간이 많아졌을 때는 그 자녀와 대화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벌어져 있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됩니다. 또한 멀어진 부부관계는 요즈음 늘어나고 있는 황혼이혼으로 귀결을 맺게 되는 경우도 많지요.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심히 일할 때의 친구들이란 거의 모두가 일을 매개로 하여 맺어진 친구들이라, 그 일을 계속하지 않게 되면 친구관계를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게 된다는 것이지요. 막상 내가 일을 하지 않고 놀 때, 나를 만나줄 수 있는 친구가 있나요? 거의 없으시다면 열심히 일하려고 친구 만나는 시간을 아꼈던 결과입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제가 꼭 권하고 싶은 인생계획은 지금 즐겁게 일하고 은퇴하지 않기입니다. 모든 것을 희생해서 한꺼번에 많이 벌어 나중에 쓰겠다고 하느니, 지금부터 많이 벌지는 못하더라도, 몸도, 친구도, 가족도 챙기고 즐겨가면서 일하고, 나중에도 은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아니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어? 그렇게 하면 당장 직장에서 쫓겨나! 하실 분들이 많으시지요? 정말 그럴까요?

우리는 어려서 무슨 일이든 완벽히 하도록 교육받았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을 보아 왔습니다. 그런데 만약 100%로 하던 일을 80%만 하면, 거기에 드는 에너지는 몇 퍼센트가 줄까요?

대부분 20% 밖에 안 들 것이라는데 동의할 것입니다. 조금만 연습하면 20%의 에너지만 들여도 그 80%의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다시 계산하면 내 에너지의 80%을 쓰면 80%의 일 네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고도 20%가 남지 않습니까? 즐기고 여유 있게 해도 사실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남는 20%로 자기 몸도 챙기고, 가족도 돌보고 친구도 만나면 됩니다. 일도 꼭 한가지 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저것 새로 배워 보기도 하고 전혀 배우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니까요!

저는 언제 은퇴할 생각이냐고요? 말씀 안 드렸던가요? 85세입니다.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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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