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섹스리스(sexless)’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섹스리스’의 정의나 정상적인 섹스의 횟수에 대한 논의는 별도로, 무엇보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좀더 자주 섹스를 나누기를 원하는데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거부를 당한다면 당연히 심각한 부부갈등의 원인이 된다.

결혼한 지 30개월 된 부인이 남편을 데리고 와서 상담을 요청하였다.

이 부부는 최근 1년 반 동안 부부관계가 전혀 없었다. 부인은 결혼하여 처음 1년 정도는 비교적 정상적이었으나, 언젠가부터 남편이 성적 요구를 하지 않고 자신의 요구에도 피한다는 것을 서서히 느끼게 되었다고 하였다. 부인은 아직 아이가 없는 것에 대해 어른들께서 걱정하시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이 언제까지 성 생활을 포기하고 살 수 있을지 불안해 하였다.

남편은 자신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는지 부인이 의심하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하였다. 신체적으로는 정상이라고 확신하면서도 부인이 원하여 비뇨기과 진찰도 받았는데 별 이상이 없었다.

남편은 부인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도 아니며, 잠자리를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자신도 부부 성 관계가 너무 뜸한 것 같아서 잘 해보려고 생각하면서 퇴근하는데 집에 와 있으면 성적인 욕구가 사라진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도 정말 이유를 알아서 고치고 싶다고 하였다.

부부 공동 면담과 개별 면담을 통해서 이 부부의 성장환경과 결혼 이후의 경험을 알아보았다.

남편과 부인은 모두 모범생의 과정을 지냈다. 학업이나 행실에서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난 적도 없었으며 대인관계에서도 별 문제라 할 것이 없었다.

단지 남편의 경우 오랜 공부를 하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우연히 알게 된 포르노 매체와 자위로 해결하였다. 그리고 그 버릇은 결혼 후에도 완전히 버리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음란 포르노를 보면서 자위를 하고 있는 것을 부인이 보게 되었다. 부인은 그날 그 동안 남편이 자신에게 해왔던 성적 행위가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저속한 충동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부인은 남편에게 “당신이 그런 한심한 사람인 줄 몰랐다. 나에게는 그런 더러운 짓을 하지 말라”고 쏘아 붙였다. 부부 모두 이때의 사건을 잊고 있었다가 계속되는 면담과정에서 기억을 살려낼 수 있었다.

지금껏 남에게서 꾸중을 들어본 적 없었던 남편에게는 부인의 이 말이 감정의 상처로 남아 아내에 대한 두려움으로 남아있었다. 또 부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다른 여성과 비교된다는 것 같아서 견디기 어려웠다.

그래도 그 날 이후 부부의 성 생활은 한 동안 계속 되었으나 부인의 신체 반응이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게 되었으며, 이런 변화를 느낀 남편 역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인에 대한 성적 욕구나 자신감이 사라져갔던 것이다.

치료를 통해서 이 부부에게 소위 ‘모범생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것을 권했다. 그리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성적 환상을 털어놓고 공유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서로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결혼을 유지하려는 부부의 의지가 분명하였기 때문에, 점차 자신과 상대의 치부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따라 부부의 성 생활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었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www.npspecial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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