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결핍은 생식능력 저하… 비타민·미네랄·엽산 보충으로'2세 만들기'

임신기간 중 산모의 영양상태가 중요하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익히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의료계는 최근 임신과 영양의 관계를 매우 강조하는 추세다.

음식과 임신의 연관성에 대한 개념은 1980년대 말, 영국의 역학자인 바커(Barker)박사에 의해 본격화됐다.

바커(Barker) 박사는 임신기간 중 산모가 영양섭취를 제대로 못하면, 태아의 건강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쳐 출생 후 만성질환을 앓게 될 위험이 크다는 ‘태아 프로그래밍’ 개념을 정립했다. 일례로 임신 중 산모가 너무 많이 먹으면 태아가 나중에 당뇨에 걸릴 소지가 높다는 것이다

이후 산모의 영양섭취가 태아의 평생건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수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뿐만 아니라, 불임, 기형아 출생, 난산과 조산, 유산, 출산 시 통증 등 임신의 전반적인 문제와 음식이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계속 발표되고 있다.

하버드 의대에서 발간한 <임신 출산 영양가이드>(조윤커뮤니케이션)가 최근 국내에도 번역 소개됐다. 건강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임신 중 영양관리법을 총망라한 책이다.

책에는 임신 중 영양관리뿐 아니라 좋은 음식으로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도 설명하고 있다.

클리닉더데이 서재걸 원장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영양을 불임치료에 접목하고 있다.

불임이란 가임연령의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1년간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가졌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을 때를 말한다.

그런데 오늘날 불임인구의 약 80%는 특별한 원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같은 원인불명의 불임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좋지 않은 난자와 정자가 생식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난자와 정자의 질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고령임신, 스트레스와 환경오염, 인스턴트식품 섭취의 증가와 다이어트 등에 따른 좋지 않은 영양상태가 지적되고 있다.

서 원장은 생식의 질을 높이려면 균형 잡힌 식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생식능력 향상을 위해 제시한 영양관리법으로는 ▦건강한 몸무게 유지(과식이나 다이어트를 피하라) ▦단일 엽산제 혹은 임산부용 종합비타민제 복용 ▦매일 영양분이 풍부한 다양한 음식 섭취 ▦불포화 지방산 섭취 ▦단것을 적당히 소비 ▦카페인 섭취를 줄이고, 금주와 금연을 실천하라 등이다.

우선 몸무게는 생식능력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의 에너지 균형을 조절하는 것을 신진대사라고 부른다. 신진대사와 관련된 건강은 여성 생식기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왜냐하면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기면 호르몬이 변하고, 이는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활동량에 비해 에너지 섭취가 적은 여성은 월경이 불규칙하게 되거나 멈추게 되고 결국 생식능력이 감소된다.

생식능력은 또한 몸에 에너지 축적이 너무 많을 때에도 감소된다. 에너지 과다는 호르몬에 영향을 줘 월경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임신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편식으로 인한 영양불균형도 생식능력에 치명적이다. 영양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호르몬의 균형을 파괴해 생식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비타민 B6, B9, B12와 미네랄, 엽산은 생식능력을 향상시킨다.

반면, 지방과 탄수화물의 결핍과 지나치게 단백질이 높은 식단은 생식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기 위해서는 당분이 필수다. 그래서 적당히 단 것을 섭취해야만 착상이 이뤄질 수 있다. 또, 트랜스 지방이나 포화지방은 정자 수를 감소시킨다.

서 원장은 조산과 유산, 기형아 출산 방지에도 음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카페인의 섭취는 생식능력을 저하시키고, 조산과 유산의 위험성을 높이며, 저 체중아 출산에도 관련이 있다. 따라서 커피 섭취는 1일 2회 이하로 줄일 것을 권한다.

그는 또,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임신 전부터 임신 후 3개월까지 아스파라거스나 시금치, 오렌지 주스 등 엽산 함량이 높은 식품을 복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해독으로도 불임 치료?

원인불명의 불임 치료법으로 영양관리가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클리닉더데이 서재걸 원장은 난자와 정자의 질 저하를 해독으로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 원장에 따르면, 체내 독성물질이 신진대사 기능을 무너뜨리고, 이것이 난자와 정자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

“저에게 찾아오는 불임환자의 99%는 장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 중 60~80%가 장에 있어, 장이 나쁘면 면역력이 없어집니다. 장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당연히 생식기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장을 좋게 하면 자궁도 좋아진다는 이론이지요.”

장 기능의 저하는 스트레스나 음식물, 환경오염 등에 의해 장에 독성물이 쌓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서 원장은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불임환자에게 장 해독을 실시한다.

그가 가장 추천하는 해독방법은 음식을 통한 해독이다.

“해독을 위해 가장 좋은 것이 매일 1개 이상의 사과를 먹는 것입니다. 사과는 해독에 탁월한 효과를 가진 식품이거든요. 또, 유산균의 파괴로 장에 나쁜 독성물이 활동하게 되기 때문에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서 원장은 사과와 유산균을 3개월 이상 섭취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몸에 독성물질이 너무 많이 축적된 환자라면, 음식만으로는 해독이 어렵다. 그래서 아로마 마사지나 불 마사지, 반신욕, 킬레이션 등을 실시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