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치료align=center미술·음악·문학·무용 등 예술적 카타르시스를 치료에 접목 … 의료계 새 패러다임 각광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 교수
최근 경남 통영보호관찰소는 폭력범죄로 보호관찰을 받게 된 30~40대 남성들을 대상으로 도예치료교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도예치료는 자기 내면을 표현한 작품을 만들게 해 그 사람의 정서상태를 진단하고 내면에 숨어 있는 감정의 발산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게 하는 심리치료의 한 방법이다.

보호관찰관들은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저지른 폭력은 분노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재소자들의 교화에 도예치료가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노숙인 지원 기관인 ‘노숙인 다시 서기 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은 노숙인들에게 철학과 예술, 문학을 가르치며, 글쓰기를 통해 내면적 성찰을 하도록 하고 있다. 글쓰기를 하는 동안 자신감을 회복해 노숙상황을 탈피하고 새 인생을 개척한 노숙인들이 많다.

경기도 안양 유괴·살해 사건의 희생자 이혜진, 우예슬 양의 모교인 명학초등학교는 요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술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학교측은 학생들이 이번 사건으로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어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술감상이나 활동을 통해 맛보는 카타르시스(Catharsis)를 치료에 접목시킨 예술치료가 사회곳곳에서 두루 활용되고 있다.

국내 의료계에서 예술치료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신체의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 건강을 강조하는 의료계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면서 예술치료가 각광 받고 있다.

(전 한국임상예술학회 회장)는 “예술치료는 대체의학 가운데 효과가 널리 입증된 치료로, 현재 국내 정신과의사 2만5,000명 가운데 3분의2 이상이 보조치료로 쓰고 있다”고 전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예술치료의 핵심은 자아초월. 현대사회에서 자아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자연, 즉 세계와 공감하지 못하게 되고, 이것이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병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아를 초월하는 예술치료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 교수가 미술치료 시간에 환자들이 그린 그림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가 미술치료 시간에 환자들이 그린 그림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 교수는 이 병원 입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그림치료를 실시해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림치료는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환자의 내면세계를 화폭에 담게 해 스트레스와 분노, 불안감 등을 해소하게 도와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환자 십여 명이 일주일에 한번씩 그림치료를 위해 둥근 테이블에 모여 앉는다.

취재 갔던 날 그림의 주제는 ‘가장 소중했던 순간’이었다.

한 노인 환자는 초록색 크레파스를 사용해 아름다운 시골마을을 그렸다. 그 옆 30대 여성환자는 비행기 아래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남녀를 그렸다.

그림이 완성되면 본인의 그림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한다.

노인은 “어렸을 때 고향에서 친구들과 놀던 때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30대 여성환자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여행 갔을 때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이처럼 환자의 무의식 속에 있는 심상을 형상화하고, 그것을 다시 언어화함으로써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는 것이 그림치료의 원리다.

그림치료는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알코올중독, 게임중독, 과다행동증후군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모든 병에 심신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요즘 그림치료는 암과 갱년기장애, 근육치료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예술치료는 미술, 음악,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 치료는 심리안정과 인격성숙을 도모해 증상을 완화시킨다는 점은 같으나 치료 방법과 효과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음악치료는 여러 명의 환자가 모여 타악기를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말 대신 음과 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를 찾게 하는데 치료의 목적이 있다.

연극치료는 심리적 갈등이 심한 환자를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다.‘ 부부 쿨하게 살기'에서 정신과 의사가 무대위로 올라와 극중 부부문제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극치료는 심리적 갈등이 심한 환자를 치료하는데 효과적이다.' 부부 쿨하게 살기'에서 정신과 의사가 무대위로 올라와 극중 부부문제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래서 사회 부적응증이나 대인관계 기피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음악치료가 효과적이며, 태교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 멜로디가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만성통증이나 신경재활 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연극치료는 역할전환을 통해 환자 자신과 그가 맡은 역할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두게 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자아를 인식토록 하고 적극적으로 심리적 갈등을 표출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라면 극중 의사나 간호사의 역할을 맡게 것이다. 이러한 역할전환은 사회기능성 회복을 돕는다.

연극치료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성향의 환자나 심리적 갈등이 심한 정신질환자의 치료에 특히 효과적이다.

무용치료는 동작을 통해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치료한다. 신체활동이 위축되기 쉬운 자폐증 환자나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아동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이다.

원광대학교 예술치료학과 정동훈 교수는 “예술치료를 받을 때는 연극, 문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종류의 치료를 받아보고,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선택하거나 통합적으로 치료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