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결혼을 결심할 때 흔히 불안해 하는 두 가지를 심리학적으로 보면 먼저 결혼을 하게 됨으로 해서 ‘내 자신을 얼마나 포기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과 ‘결혼 후에 혹시라도 버림을 받지 않을 것을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임상에서 보면 전자는 남자들에게서, 후자는 여자들에게서 좀 더 많이 관찰된다.

이런 경향은 결혼 후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나서 부부갈등의 주요 원인이 된다. 많은 남편들이 자신의 생활을 결혼 전후가 다르지 않게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데 비해서, 부인들은 남편의 이런 태도 때문에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어떤 관계에 있는 두 사람 사이에는 각자가 편하게 느끼는 ‘심리적 거리’가 존재한다.

그래서 자신이 편안할 수 있는 범위 이내로 상대가 접근해 들어오면 멀리 하고 싶어지고, 상대가 그 범위 밖으로 멀어지면 다시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부인들이 느끼는 편안한 ‘심리적 거리’를 남편들은 너무 가깝다고 느낀다.

그래서 많은 남편들이 자기 부인이 가까워지기 위해서 보이는 관심들을 잔소리로 인식하여 멀어지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이 피할수록 부인은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 다가서려 한다. 결국 잔소리가 심해진 부인은 추적자가 되고, 남편은 부인을 피해가는 도망자가 되어간다.

이런 경우에 부인이 추적자 역할을 중단하면, 의외로 남편이 멀어져 가는 것을 멈출 것이다. 물론 남편이 거꾸로 추적자 역할을 맡는다면 부인이 적절한 거리를 찾으려 할 수도 있다.

원래 ‘중요한 대상과 상호 의존하면서 소속되고 싶은 욕구’와 ‘유일하고 독립된 개체로서 존재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에게 존재하는 본능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이 본능은 유아기에 경험하는 보호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각자에게 고유한 ‘심리적 거리’로 나타난다.

우리는 대부분 생애 초기에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서 처음으로 대인관계를 맺게 된다.

만약 그 관계가 애정이 있고 신뢰할 만한 것이었다면 그 사람의 자아상과 인간관은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그 태도가 자연스럽고 그 관계를 잘 지키려고 한다.

또 혹시 헤어지게 되더라도 융통성을 발휘하여 그 고통을 잘 견디어 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 경우를 경험하며 자란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거나 헤어지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하다. 따라서 상대를 믿지 못하고 계속해서 확인을 하려 하거나, 반대로 상대가 바라는 확신을 주지 않으며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보인다.

의처증이나 의부증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도 지나치게 배우자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성실성을 확인함으로 자기 내면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가 원하는 확신을 주지 않으려 하거나 심지어 외도를 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강하고 독립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서 자신이 상처를 받기 전에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갈등에 빠져있는 부부들은 물론 사랑에 빠져있는 커플도 때때로 자신의 성장 과정과 내면 심리를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자신이 사랑의 이름으로 상대를 너무 구속하고 있지는 않는지, 또 개인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배우자를 너무 외롭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가와의 상담이 개인의 성장과 상호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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