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부화 치어 방류 등 국가적 관리… 100g 캔 400달러에 수출

지난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머지않아 인류의 식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음식 다섯 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그 가운데 가장 값이 비싸고 먹어보기 어려운 것이 바로 철갑상어의 알, 캐비아다.

FP의 기사에 따르면 세계의 미식가들이 카스피해에서 나는 철갑상어를 앞다퉈 찾으면서 철갑상어는 점점 씨가 말라가고 있다. 가격이 1㎏당 1만달러에 달하는데도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점점 공급이 줄어들고 결국 철갑상어가 멸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FP의 기사는 과장된 감이 있지만 캐비아 맛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캐비아는 왜 이렇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철갑상어의 남획 때문이다. 연어처럼 철갑상어도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로 가서 자라는데, 알을 낳을 때가 되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모천 회귀본능이 있다.

전통적으로 철갑상어가 가장 많이 잡히던 곳은 볼가강이 카스피해로 흘러들어가는 하구 지역이었다.

그런데 구소련이 몰락하면서 러시아 마피아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고 일확천금에 눈먼 이들은 인부들을 고용하여 마구잡이로 철갑상어를 잡아들인 것이다. 하구에 그물을 설치하여 산란하러 올라오는 철갑상어를 남기지 않고 잡아들이자 불과 수년만에 카스피해의 철갑상어는 씨가 말라 버렸다.

한편 카스피해 남부의 이란은 러시아 이후 세계 제1의 캐비아 생산국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러시아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모든 캐비아 관련 산업은 국가가 관리한다. 심지어 이란은 철갑상어 보호를 위하여 카스피해에서의 선박 통행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도 하다.

이란의 카스피해 캐비아 산업의 주요 거점은 북부 투르크메니스탄 국경 부근의 반다르 이 투르크멘이다. 정부 수산국 소속의 배를 타고 카스피해로 나가면 바다 위에 지어진 캐비아 처리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카스피해에는 여러 종류의 철갑상어가 사는데 그중 최고 품질의 캐비아를 생산하는 것은 벨루가란 어종이다. 벨루가는 완전히 성장하면 길이가 4미터까지 나가는 대형 어류이다. 철갑상어는 캐비아는 물론 고기맛도 좋아 부위별로 처리가 되어 해외로 팔려나간다.

철갑상어 사냥꾼들은 주로 투르크메니스탄 출신 어부들이다. 이들은 바다에 그물을 설치하고 다음날 철갑상어가 걸렸는지 확인을 한다. 철갑상어가 그물에 걸리면 보트에 싣고 막바로 바다 위의 처리공장으로 직행한다.

캐비아 만드는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철갑상어로부터 알을 꺼내 그 자리에서 소금을 넣어 염장처리를 한 후 캔으로 포장하면 된다. 구두약통 크기의 100그램들이 캔에 담긴 벨루가 캐비아의 수출가격은 400달러 정도. 국제시장에서는 1,000달러에 판매가 된다.

이란은 철갑상어의 멸종을 막기 위해 철갑상어 연구소를 세우고 인공부화를 통해 태어난 치어를 매년 1백여만 마리씩 카스피해에 방류한다.

철갑상어가 ‘황금알을 넣는 거위’로 알려지자 몰래 철갑상어를 잡으려는 밀렵꾼들이 몰려들고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이다. 인류가 가진 최고의 음식 캐비아로 인해 카스피해에는 지금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박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