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한때 일당 2천원 벌기위해 추위와 싸우며 하루 100m씩 건설

평균 해발고도 4000미터가 넘는 라다크 북부 지역. 인도와 티베트, 파키스탄이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곳은 황량한 산악사막이다.

히말라야를 넘어오는 바람만이 달의 표면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한 산허리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갈 뿐이다. 메마른 땅에는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보이지 않고 거대하게 솟아오른 바위산만이 시야를 가리고 서 있다.

생물체라고는 하늘을 맴도는 독수리만이 유일한 이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개미처럼 모여서 일을 한다. 해발 5천미터에 도로를 만드는 히말라야의 도로 건설 노동자들이다.

라다크의 변방 지역은 파키스탄과의 카슈미르 분쟁, 중국과의 국경 분쟁 등으로 인해 인도정부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지역이다. 인도 정부는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군부대에 보급물자를 수송하고 고대의 무역로를 복원하기 위해 히말라야 산악도로 공사를 벌여왔다. 처음에는 군대를 동원하여 길을 닦았으나 지금은 민간인 노동자들을 선발하여 도로공사에 투입한다.

라다크의 수도 레에서 북쪽 누브라 지방으로 넘어가는 카르둥라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동차 도로이다. 해발은 자그마치 5600미터.

해가 쟁쨍 내리쬐다가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치는 등 하루에도 수십번씩 날씨가 변하고 한여름 기온이 수시로 빙점 아래까지 곤두박질친다.

이곳에 도로를 건설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무더운 인도 평원의 비하르 출신 남자들이다. 비하르주는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이다.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한 비하르 사람들은 일당 80루피(2천원)를 벌기 위해 자원해서 라다크로 모인다. 평생 동안 저지대의 비하르 주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노동자들은 라다크에 도착하면 처음 한 철은 고소증세에 맥을 못춘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추위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라다크의 산악도로 건설은 여름철인 7월부터 9월초까지만 가능하다. 나머지 기간 동안 현장은 깊은 눈에 파묻힌다. 그러나 여름철 공사기간 중에도 텐트 내부의 온도는 영하로 떨어지고 식수가 얼어붙는다.

도로 공사는 대개 커다란 돌을 망치로 깨어내 쇄석으로 만드는 작업과 콜타르를 녹여 그 위에 뿌리는 작업으로 나뉘어진다. 작업장에는 언제나 콜타르 태우는 메케한 연기가 자욱하고 인부들의 기침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들의 손과 발, 한 벌씩 지급되는 군복은 콜타르로 뒤범벅이 된다. 물이 귀해 몸을 씻거나 빨래하는 것은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다. 라다크의 도로공사 현장에서 중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이곳의 열악한 사정 때문이다.

장비를 사용하다가 고장이라도 나면 저지대까지 끌고 갈 수가 없어 버릴 수 밖에 없고 짧은 여름철 공사기간이 끝나고 다시 그 자리에 가보면 장비는 이미 고철덩이로 변해있는 것이다.

끝없이 돌을 나르는 시지프스처럼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는 비하르 노동자들이 하루에 건설하는 도로의 길이는 기껏해야 100미터 정도이다. 티베트어로 ‘라’는 ‘고개’를 말한다. 라다크는 ‘고개가 많은 곳’이라는 뜻이다. 해발 5천미터가 넘는 수많은 고개가 이어지는 라다크. 그 높고 높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비하르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자동차 도로가 조금씩 조금씩 뻗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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