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 작가의 세상풍경]옥색의 빙하호와 어우러진 암봉들의 파노라마 남미대륙의 숨은 보석


남미대륙을 북에서 남으로 달리는 안데스 산맥은 대륙의 끝자락 파타고니아 평원에서 길고 긴 여정을 마무리하는게 무척이나 아쉬운 듯 장엄한 대자연의 걸작품을 만들어놓았다.

파이네 산군(코디예라 델 파이네)으로 불리는 이 산악지방은 히말라야나 지구상 다른 지역의 산군에 비하면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그 아기자기함이나 경치의 스펙터클함은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파이네 산군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토레스 델 파이네 (파이네의 탑)라는 이름이 붙은 일련의 봉우리들이다. 이 지역 국립공원의 명칭 또한 바로 그 봉우리 이름에서 따 왔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오랜 세월동안 빙하의 침식을 받아 이루어진 거대한 화강암 단괴의 암봉군이다. 주봉인 해발 2500미터의 남봉을 비롯하여 중앙봉, 북봉 등 3개의 봉우리는 마치 신의 손으로 빚어진 것인 양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태의 산으로 토레스 델 파이네를 꼽고 있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일찌감치 1959년부터 칠레의 국립공원이 되었고 1978년에는 유네스코에 의해 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페루의 마추피추와 함께 남미대륙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트레킹 코스로, 1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봉우리가 바로 올려다보이는 전망대까지 하룻동안 다녀오는 코스로부터 8일간에 걸쳐 산군을 일주하는 코스까지 다양한 형태의 트레킹 코스가 개발되어 있다.

토레스 델 파이네 봉은 빙하호인 페호 호수에서 바라보았을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구름이 끼는 날이 많아 운이 좋은 사람들만이 토레스 델 파이네의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가 있다. 빙하가 산을 깎아내리는 과정에서 녹아내린 바위의 부유물로 인해 호수의 물빛은 옥색이다. 신비한 색깔의 물을 담은 빙하호 위로 솟아오른 아름다운 자태의 바위산은 보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토레스 델 파이네가 자리잡은 파타고니아는 스텝 기후의 건조한 지역이라 식물보호와 산불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2005년에 한 체코의 여행객이 개솔린 버너를 다루다 부주의로 산불을 내서 160평방 킬로에 달하는 국립공원 지역이 타버린 일이 있다. 체코 정부는 이 지역에 다시 나무를 심는 등 원상태 회복을 위해 곤욕을 치러야 했다.

토레스 델 파이네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또 다른 요소는 과나코라는 이름의 독특한 동물이다. '남미의 낙타'로 불리는 과나코는 알티플라노라고 불리는 남미대륙의 건조한 산악지대에서 살아간다.

특히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지방에서 무리를 지어 사는 과나코를 자주 만날 수 있다. 토레스 델 파이네에 과나코가 많은 이유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덕에 일반 가축이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옥색의 빙하호와 어우러진 뛰어난 산악미의 암봉들, 그 아래 평원에서 살아가는 과나코의 무리들.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남미대륙의 숨겨진 보석이다.



박종우 On Asia http://docu.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