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타노 대통령 면담 ‘내주 경제개혁안 의회 통과후 사퇴할 것’경제위기 덫에 낙마 눈앞…미국∙유럽 증시 상승 ‘화답’

'스캔들 제왕'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마침내 물러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르면 내주 유럽연합(EU)에 약속한 경제개혁 조치가 의회에서 통과되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치러진 2010년 예산 지출 승인안 표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후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가진 면담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이메일로 배포한 성명을 통해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대화에서 경제개혁 관련 법안들의 의회 승인이 이뤄지면 사임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일단 임무가 완수되면 총리는 자신의 권한을 국가수반(대통령)에게 넘길 것이며, 나는 대통령으로서 각 정파와 협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고,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대통령의 성명 내용을 확인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경제개혁안 통과후 사임키로 한 결정이 국익을 위한 것이며, 이탈리아가 부채를 줄이고 성장을 이뤄나갈 수 있다는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가 정부를 이끌고 나갈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는 별로 중요치 않으며,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안에 관한 의회의 투표는 이르면 내주 실시될 예정이다.

앞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달 하순 EU 정상회의에 제출한 15쪽 분량의 의향서를 통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26년부터 67세 이상으로 높이고 공공부문 및 기업의 근로자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전면적인 개혁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하루 전인 지난 2일 긴급 소집한 각료회의에서 전면적인 개혁조치 실행 합의에 실패하고, 대신 수정안을 채택하는 데 그쳤다.

경제개혁 수정안은 제한된 영역에서 정부 자산을 매각하고 지방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의 표명은 이날 오후 실시된 2010년 예산 지출 승인안 표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데 따른 것이다.

야당 의원 321명이 대거 기권한 가운데 치러진 투표에서 예산 지출 승인안은 찬성 308표로 가결됐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재적 630석의 과반인 316석을 얻는 데는 실패함으로써 정권 유지에 필요한 다수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표결 직후 제1야당인 민주당의 피에르 루이기 베르사니 당수는 "현 정부는 하원에서 더이상 다수가 아니다"라며, "진심으로 말하건대 지금의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라"고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직접 압박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연정 핵심 파트너인 움베르토 보시 북부연맹 당수마저 표결 전부터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원 표결 직후 이탈리아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1999년 이후 최고치인 6.77%까지 치솟았고, 독일 국채 분트와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497 베이시스포인트로 확대되는 등 시장도 압력을 더했다.

1994년 혜성처럼 정계에 등장한 이후 숱한 성추문과 비리 의혹에도 불구하고 3차례 총리직을 수행해온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결국 경제위기의 덫에 걸려 낙마를 눈앞에 두게 됐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임한 후에는 이탈리아 정치권은 현 중도우파 연정 확대, 거국내각 구성, 의회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 등 3가지 방안 중 하나의 경로를 택하게 된다.

베를루스코니의 뒤를 이어 내각을 이끌 인물로는 집권 자유국민당의 조정자 역할을 해온 지아니 레타(76) 내각차관과 최연소 법무장관을 지낸 안젤리노 알파노(41) 자유국민당 사무총장, 마리오 몬티(68) 밀라노 보코니대 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임의사 표명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이날 미국 뉴욕 증시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고, 유로화 가치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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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준기자 jo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