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기록 8개월 단축"조국 네덜란드 사랑하지만 다시 돌아가지 않고 뉴질랜드서 살겠다"그동안 정부와 갈등 불만기네스협회 "미성년자 기록 도전 위험… 앞으론 인정 않겠다"

항해 500여일 만에 카리브해의 세인트 마틴항으로 입항하는 로라 데커. AP=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단독으로 요트 세계일주에 나선 네덜란드 소녀 로라 데커(16)가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1년에 걸친 여행을 마쳤다.

데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캐리비안해의 네덜란드령 세인트마틴 섬에 닻을 내리며 호주 소녀가 17세 때 세운 단독 요트 세계일주 최연소 기록을 8개월여 앞당겼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세인트마틴 항에는 수많은 관중이 모여 길이 11.5m의 요트 '구피'를 타고 돌아온 데커를 반겼다.

데커와 가족은 세계일주 달성의 기쁨을 만끽했지만 그 여정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어린 소녀가 홀로 요트 일주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막아선 네덜란드 당국 때문이다.

네덜란드 당국을 상대로 한 데커의 싸움은 지난 2009년 시작됐다. 어려서부터 홀로 요트를 몰고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꿈을 꿨던 로라는 호주에서 17세 소녀가 달성한 단독 요트 세계일주 기록을 깨겠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출항을 준비했다.

데커양이 그동안 항해하며 입항했던 나라의 여권 스탬프를 펼쳐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요트광'인 부모의 허락도 얻어냈다. 데커의 부모는 7년간 세계일주를 하던 도중 뉴질랜드에 정박한 배 안에서 데커를 낳았다. 데커는 6세 때 이미 홀로 노를 저어 강을 건넌 아이였다.

그러나 네덜란드 아동보호청은 단독 항해의 위험성을 문제 삼으며 이를 허락한 부모의 결정이 무책임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3세였던 데커의 항해를 놓고 네덜란드가 떠들썩해진 가운데 네덜란드 법원은 데커에 대해 보호관찰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세계일주 계획도 잠정 중단됐다.

하지만 데커는 가족의 후원 아래 최신 항법 장비 등을 갖춘 대형 요트를 마련하고 응급 처치법을 배우는 등 만반의 대비를 갖췄고 지난 2010년 마침내 항해를 허락받았다.

데커가 항해를 하는 중에도 네덜란드에서는 데커의 시도가 타당한지를 두고 교육 당국과 데커 부모가 신경전을 벌이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교육 당국은 이달 초 인터넷으로 원격 수업을 받는 데커가 숙제를 제시간에 하지 못했다며 아버지를 소환한 바 있다.

이에 데커는 블로그에 "네덜란드 당국이 또다시 문제를 일으키려 한다"며 "(당국 방해 때문에 겪어야 했던) 악몽이 계속될까 봐 두렵다"고 토로했다.

데커가 도착지로 세인트 마틴 섬을 택한 이유도 네덜란드 본토로 들어가면 당국의 방해를 받을 것이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BBC는 전했다.

데커는 네덜란드를 사랑하지만 그곳에서 삶이 너무 숨 막히기 때문에 돌아가고 싶지 않으며, 시민권이 있는 뉴질랜드에 정착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데커 등 미성년자의 세계기록 도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기네스 세계기록과 세계항속기록협의회(WSSRC)는 앞으로 이 분야의 '최연소' 기록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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