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자식이 번갈아 부양… 막내딸 "내 차례 아니다" 아파트 문 잠그고 외출나흘동안 계단서 노숙… 자식들 연락 아무도 안와

중국의 한 팔순 노인이 춘제(春節·설) 기간 여섯 자식으로부터 버림받고 딸 집 앞에서 노숙하다 보호 시설로 보내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많은 중국인이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충칭상바오(重慶商報)에 따르면 올해 84세인 허다싱(何大興)씨는 춘제 연휴 기간이던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충칭시의 한 아파트에 있는 막내딸 집 앞 계단에서 이불을 깔고 노숙을 했다.

다리가 아파 거동마저 불편한 허씨는 이웃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지난달 29일 한 노인 병원으로 옮겨졌다.

자녀를 여섯이나 둔 허씨가 가족들이 함께 모여 단란한 시간을 보내야 할 춘제 때 버림받은 것은 부친 부양 문제를 놓고 자녀가 다툼을 벌였기 때문이다.

허씨의 여섯 자녀는 돌아가면서 아버지를 부양해왔는데 작년 12월 이 문제를 놓고 다툼이 벌어졌다.

자식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통에 허씨는 작년 12월에도 이틀이나 막내딸 집 앞에서 노숙해야 했다.

급기야 지역 주민위원회가 개입한 끝에 자식들은 회의를 열고 정확히 한 달씩 부친을 돌아가며 모신다는 합의서를 만들고 손도장까지 찍었다.

이후 허씨 막내아들은 지난달 26일이 되자 `자기가 맡은 한 달이 끝났다'면서 다음 차례인 막내딸 집에 부친과 부친의 짐들을 옮겨놓고 떠나버렸다.

그런데 막내딸은 음력 기준으로는 한 달이 됐지만 양력 기준으로는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면서 아버지를 받아주지 않고 가족들과 가방을 들고 집을 나가버렸다는 것이다.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갈 곳을 잃은 허씨는 이웃 주민들이 주는 음식을 먹고 계단에서 이불을 덮고 3박4일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런 사연을 아는 이웃들은 다른 자식들에게 연락해 아버지를 데려가라고 했지만 이들은 모두 자기 차례가 아니라면서 아무도 허씨를 찾아오지 않았다.

허씨는 사연을 듣기 위해 찾아간 충칭상바오 기자에게 눈물을 흘리며 "내가 힘들게 아이들을 키워냈는데 지금은 이렇게 나를 대하니…"라고 한탄했다.

이 아파트 주민위원회는 허씨를 대신해 여섯 자녀를 상대로 부양책임을 묻는 소송을 낼 계획이다.

물론 이번 사건은 극단적인 경우겠지만 중국에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점차 노인 부양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노령공작위원회가 작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1억7,765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3.26%에 달했다.

1979년 이후 30년 이상 한 자녀 정책이 시행되면서 중국에서는 노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5년 뒤 16.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현재 노인 요양시설의 수용 인원은 전체 노인 인구의 1.59%에 그쳐 5∼7%인 선진국은 물론 2∼3%인 개발도상국 수준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