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대책 골머리… 납골당 새로 짓고 수장 금지조치도 해제48세의 사업가 역성… 남편 유골 다이아 만들어 목에 차고 다니기도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빌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홍콩시내. 좁은 땅에 갈수록 묘지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연합뉴스
여유 공간이 협소하고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에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처리할까.

인구 710만명에 연간 사망자 수가 5만에 이르면서 홍콩 주민들은 자신의 사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유교 관습에 젖어 있는 중국인은 당연히 사후엔 땅에 묻히길 희망하지만 묘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강구해 낼 수 밖에 없다.

홍콩에서 사업을 하는 여성 프레다의 경우를 보자. 그는 자신의 남편 케네디 탬과 세계 여행을 다니는게 소원이었다. 근데 지난 2010년 남편이 뇌졸중으로 급사했다. 당시 52세였다. 한동안 실의에 빠졌으나 이내 용기를 내서 이미 고인이 된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작정했다.

올해 48세인 그는 기자에게 "우리는 항상 같이 있어요. 심지어 일할 때도 남편은 내 곁에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목에 걸고 있는 인조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눈길을 돌렸다.

알고 보니 이 말은 결코 은유적 표현에 그친 게 아니었다. 실제로 남편 유골을 화장해 그 일부를 인조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목에 차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그 목걸이를 차고 뉴욕과 캐나다, 상하이, 터키를 방문했다. 남편 생전의 소원을 이룬 셈이다.

그는 남편이 죽자 그 유골을 화장해 스위스의 유골처리업체인 알고르단자사(社)에 보냈다. 유골에서 탄소를 추출한 뒤 다이아몬드로 만드는 비용이 평균 3천200∼3만7,000달러라고 한다.

물론 프레다는 유골 대부분은 납골당에 안치했으나 그 일부는 살짝 숨겨 다이아몬드로 만들었다. 물론 이런 사실은 가족에겐 철저히 비밀로 했다.

유골 일부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목에 걸고 다닌다는 것은 홍콩인으로선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엽기적 행위로 간주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프레다는 "내가 죽게 되면 내 유해를 납골당에 있는 남편 유해와 합쳐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납골당에 같이 안치할 계획"이라며 "그게 우리 부부가 영원히 함께 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홍콩의 영구 매장지 땅값은 기본적으로 3만6,000달러에서 시작한다. 정부가 관리하는 묘지에서 6년간 한시적으로 안치하는 데만도 770달러가 든다.

이 때문에 홍콩인들은 화장한 유골을 항아리에 담아 납골당에 보존하는 방식을 많이 이용한다. 비용은 평균 330달러로 묘지에 비해 싼 편이다.

최근엔 화장을 하는 경우가 90%에 달하면서 납골당 이용을 원하는 대기자만 해도 벌써 1만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정부는 고민 끝에 올여름까지 납골당을 새로 짓기로 했다. 화장 인구 1년치에 맞먹는 4만3,000명의 유골을 안치할 수 있다. 추가 납골당 부지도 24곳 정도 물색해 뒀다고 한다.

최근 들어 홍콩 정부는 이 방식 외에 다른 방안도 찾고 있다. 화장한 유골을 땅에 뿌려 추모만 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드는 방안, 봉분 없이 인터넷을 통해 추모만 대행해주는 서비스 등이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2007년 바다에 유골을 뿌리는 행위에 대한 22년간의 금지조치를 해제했다. 그러자 바다 수장은 지난 2007년 160건에서 2011년 669건으로 무려 4배나 증가했다.

싱가포르대학 지리학부 라일리 콩 교수는 "살아있는 사람들 주거지 문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점증하는 사망률은 홍콩 정부에겐 두통거리"라면서 "이젠 우주로 유해를 쏘아 올리는 매장 방안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주장은 지난 10년 사이에 한 건 있었던 게 전부라고 했다. 그러나 수장이나 우주 매장 등의 대안은 결정적 장애가 있다. 죽으면 땅으로 되돌아가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죽은 뒤에도 곁에 두어야 한다는 유교식 인습이 중국인들에게 뿌리깊게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콩 교수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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