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7대 불가사의' 하나 추적한다여성 첫 대서양 횡단… 공황기 미국인에 희망1937년 지구 순회 비행… 성공 앞두고 돌연 사라져75년만에 대규모 추적팀… 단서 없어 탐험 어려움

아멜리아 에어하트 AP=연합뉴스
지난 1937년 7월 2일 남태평양 상공에서 비행 도중 실종된 미국의 전설적인 여성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행적을 찾으려는 탐험이 지난 2일(현지시간) 시작됐다.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여성 비행사로서는 처음으로 지난 1926년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해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대공황기 미국인들에게 큰 용기를 준 에어하트의 실종은 20세기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온갖 궁금증을 나았다.

비행사로서는 최초로 적도를 따라 지구를 한 바퀴 도는 2만 9,000마일(4만6,670㎞)의 비행 성공을 눈앞에 두고 사라진 지 꼭 75년 만의 이번 탐험은 '역사적 항공기 회수를 위한 국제 모임(TIGHAR)' 주관으로 열흘 동안 이루어진다고 이 모임의 상임 이사인 리처드 길래서피의 설명이다.

탐험은 에어하트와 항법사인 프레드 누넌이 마지막으로 사라진 남태평양 섬나라 키리바티령인 무인도 니쿠마로로에서 항공기 잔해를 찾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TIGHAR 소속 과학자들로 구성된 탐험대는 애초 미 해군 계약사로 지난해 대서양에 추락한 에어 프랑스 소속 여객기의 비행 기록이 든 블랙박스를 회수하는 데 성공한 피닉스 인터내셔널 소속 기술진의 지원을 받아 선박 편으로 하와이에서 지난 1일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800마일(2,900㎞)의 이 탐험에 동행하는 키리바티 세관원의 도착 지연으로 하루 연기됐다. 이 섬에 대한 예전의 수색 작업에서는 지난 1930년대 당시 인기였던 주근깨 방지용 크림의 뚜껑으로 보이는 화장품 병 등이 발견돼 에어하트가 그곳에 있었음을 나타내는 증거품 일부가 발견되기도 했다.

증거품 가운데에는 1930년대 의류의 지퍼, 여성용 휴대용 화장 도구 일부, 손에 바르는 로션 병, 남녀 구두, 에어하트가 휴대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주머니칼, 사람의 뼈로 보이는 잔해 등도 발견됐다.

길래서피는 "지금까지는 니쿠마로로 섬에 어울리지 않는 1930년대 여성 조난자의 인공 유물을 발견했지만, 에어하트의 이름이 새겨진 것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면서 "찾아낸 것을 대상으로 DNA 검사를 해보았지만, 허사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주위 환경도 엄청 나쁜데다 유골 조각도 너무 작았다"면서 "이제 유일한 대안은 비행기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에어하트의 실종 직후 미국 정부는 당시에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초대형 수색 작업을 폈지만, 허사였다. 에어하트가 탄 항공기는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그의 생존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만약 생존했더라도 그 기간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TIGHAR 탐험대 소속 연구진은 두 사람이 니쿠마로로 섬에 불시착한 뒤, 그곳에서 남동쪽으로 400마일(640㎞) 떨어진 다음 기착지 하울랜드 섬(당시에는 가드너 섬으로 불렸음)으로 조난 신호를 보냈다는 가설 아래에서 수색 작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불시착 며칠 후 이 섬에 몰아 닥친 거센 조류와 높은 파도에 비행기가 섬의 끝 부분으로 쓸려가 급기야는 지금까지 전혀 탐색이 이뤄지지 않은 깊은 암초 경사지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따라 탐험대는 소나를 장착하고 로봇이 조종하는 소형 잠수정을 이용해 먼저 해저 바닥 지형을 조사하고, 이어 항공기 잔해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가 있는 곳의 수심을 측정할 계획이다.

이런 일련의 작업으로 뭔가가 발견되면, 카메라와 조명기구 및 로봇팔을 갖춘 세 번째 잠수정이 바로 위에서 탐색 작업을 할 것이지만 많은 어려움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