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 "출전 허용"선수들은 "탄압 빌미" 우려기준기록 통과도 과제

런던 올림픽 참가설이 나돌았던 사우디의 여자 승마 선수 달마 말하스(20).
이슬람의 발상지로 매우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자 운동선수들이 올림픽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여성들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며 사우디 여자 선수들은 반발을 걱정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압력을 받은 사우디의 영국 주재 대사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올림픽 출전권을 딴 여자 선수들이 이달 말 열리는 런던올림픽에 나가는 것을 허락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권운동가들은 이에 고무됐지만 여자 선수들의 속사정은 다르다. 이들은 올림픽이 끝나고 강경 이슬람 지도자들에게 탄압받고 비밀리에 하던 운동마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있는 여자 축구단의 주장인 라흐 압둘라는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너무 세게 나간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두렵다"면서 "완전히 운동을 못하게 될 위험이 있는데 성급함 때문에 막다른 길에 몰리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과 동료들은 충분히 훈련하지 못해 올림픽에서 경쟁할 수준이 아직 아니라고 덧붙였다.

압둘라는 여자 축구단을 운영하기 위해 교사직을 그만뒀다. 2006년 생긴 이 팀 선수 25명은 한 선수의 집 정원을 운동장으로 바꿔 매주 4차례 훈련하고 있다.

사우디 여성이 스포츠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 그러나 여성들은 경기장에 들어갈 수도, 운동 장소를 빌릴 수도 없다. 공립학교에서 여학생은 체육 교육을 받지 않는다.

압둘라 같은 여자 선수들은 충분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런던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본다.

압둘라는 "잘한다면 괜찮을 거다. 하지만 성적이 나쁘면 '거봐, 억지로 우겨서 가놓고 졌잖아. 나라 망신을 시켰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들이 다음 올림픽에 나갈 준비가 됐을 때는 정부에 훈련시설과 코치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스포츠매체의 편집장인 아마드 살렘 알마르주키는 사우디 여성들이 올림픽에 나가는 것보다 남성과 동등한 기본권을 획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우디에서 여성들은 운전도 투표도 할 수 없다. 남성 보호자 없이는 여행이나 병원 진료, 취업도 하지 못한다.

아마드는 여성의 올림픽 참가가 "현 상황에서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사우디에는 올림픽에 나갈만한 여자선수를 찾기도 힘들다. 승마 장애물 비월 부문의 달마 말하스가 올림픽에 나갈 최초의 여자선수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국제승마연맹은 말하스가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고 지난 2일 발표했다.

스포츠 관리들은 유도와 육상 종목의 여자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