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수도에 600여명 활동… 다양한 신분 위장

벨기에 브뤼셀의 거리 풍경.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수도인 브뤼셀은 수백 명의 스파이가 활약하는 정보원들의 세계 '수도'라고 벨기에 정보기관의 수장이 17일(현지시간) 털어놨다.

알아인 빈안츠 벨기에 국가정보원(VSSE) 원장은 유럽연합(EU) 전문매체 'EU 옵서버'에 이같이 밝히면서 "러시아 대사관의 한 직원은 자기 얘기는 하지 않고 꼬치꼬치 캐묻기만 해 더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빈안츠 원장은 정보원 규모를 두고 "그 수가 수십 명 수준이 아니라 수백명, 아니 600~700명은 족히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외국 정보원들은 러시아와 중국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다른 나라까지 포함하면 냉전 당시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해 냉전이 끝났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그는 분석했다.

아울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유럽연합 등이 몰려 있다는 점에서 벨기에는 정보원을 육성한다는 의미로 '간첩 유치원'으로 불릴 정도"라고 덧붙였다.

친 EU 국가인 이스라엘과 미국도 같은 역할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 일부 국가만 스파이 활동을 하리라고 여기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답했다.

심지어 이란 정보원은 자국 대사들의 활동을 파악, 감시하는 게 주요 업무라는 게 정보계 내부의 조크라고 EU 옵서버는 소개했다.

스파이 활동이 만연하다 보니 시리아 정부에 전할 메시지가 있으면 시리아 정보기관인 '무카바라트' 요원과 대화를 나누기만 하면 된다고 EU 한 외교관은 전했다.

또 러시아와 중국 정보원들은 기업 비밀과 정치 소식을 과거의 국방 비밀을 다루는 것만큼 중시한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러시아 최대의 자원 기업인 '가스프롬'의 가격 조작을 EU가 조사한다고 했을 때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보원의 관심이 급증했다고 빈안츠 원장은 소개했다.

EU 옵서버는 대개 정보원이 외교관이나 언론인, 로비스트, 기업가, 학생 등 다양한 신분으로 위장해 활동하며 정보 수집 이외에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끼치려 한다.

정보원들은 특정 인사를 목표로 정해 포섭한 다음 그가 자국에서 요직을 맡아 활동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고 EU 옵서버는 전했다.

벨기에의 VSSE는 EU와 NATO와 이어온 전통적 협력관계를 활용, '간첩 혐의자'를 통보받으면 확인 조사해 추방하기도 한다.

빈안츠 원장은 "EU 기관의 방첩 활동은 그들의 역내로 제한돼 있으며, VSSE는 EU 구내를 벗어난 간첩활동을 적발하는 책임을 진다"고 전했다.

검사 출신으로 2006년 VSSE 수장이 된 빈안츠 원장은 과거 러시아가 공산주의 이념에 동조하는 이를 정보원으로 포섭했지만, 이제는 돈과 협상이 포섭 수단이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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