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한국계 미셸 리 전 교육감 저서 소개"평준화는 우리를 망친다"

"남동생이 형편없는 성적표를 들고 오자 어머니는 나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렸어요. 동생의 공부에 대해 내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였어요."

한국계 미국인인 미셸 리(43ㆍ여) 전 미국 워싱턴DC 교육감은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살던 어린 시절의 일화를 자신의 저서 '래디컬(Radicalㆍ급진적)'에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급진적' 교육철학이 가족과 친척들에게서 지켜본 '교육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가까운 친척들이 한국에서 교육자로 활동했고, 부친은 한국을 '교육에 미쳤다(education crazy)'고 말했다고 한다.

미셸 리는 어머니가 동생의 나쁜 성적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린 것을 훗날 '학생에 대한 교사의 책임'으로 연결했다.

지난 1993년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는 이런 한국적 '교육철학'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그는 "학생이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그건 학생들의 잠재력이나 능력 문제가 아니라 교사와 학교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깨달음'을 갖고 비영리재단인 '신(新) 교사 프로젝트(New Teacher Project)'를 설립했고, 지난 2007년 이를 높게 평가한 에이드리언 펜티 전 워싱턴DC 시장에 의해 교육감으로 발탁됐다.

미셸 리의 급진적 교육정책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았지만 펜티 전 시장은 "교육감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불만이 있다만 새 일자리를 찾아보라"고 말할 정도로 철저한 후원자가 됐다.

이런 후원을 등에 업고 미셸 리는 재임기간인 2007년 6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워싱턴DC의 학교 25곳을 폐쇄했고, 4,000여명의 교사 가운데 3분의 1을 잘라냈다.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학교에 대한 지원기금은 큰 폭으로 늘었고, 교육청에 대한 학부모들의 지지율도 50%를 넘어섰다. 그는 저서에서 "이제는 평준화(mediocrity)는 안 된다. 그건 우리를 망친다"고 주장했다.

미셸 리는 여전히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지지자도 많지만 그만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세력도 많다. 펜티 전 시장이 지난 2010년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 교육감 때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미셸 리 전 교육감이 자신의 파란만장한 교육개혁 노력을 담은 저서 '래디컬'을 소개했다.

신문은 "많은 워싱턴DC 주민들은 아직도 미셸 리가 지나쳤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그가 시작한 교육정책은 후임자가 계속 이어받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