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서 해외명품 구매 열풍이 불면서 과소비로 인한 신용카드대금 연체 등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연변일보는 지난 13일 중국은행 옌볜지점이 최근 2년간의 신용카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고 소비자 심리를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신용카드 사용자 5명 가운데 1명꼴로 명품을 사들인 뒤 카드대금을 제때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 이상의 소비자가 해외명품 구매에 따른 할부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돈이 없어 중고품 구매까지 생각해봤다'는 소비자가 20%에 달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대학생 시절에는 모조품을 구매했지만 월급을 받고 나서부터 진품을 사기 시작했다"면서 "얼마 전 해외명품 가방을 6개월 할부로 구매했는데 카드대금을 갚느라 밥값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에도 유행에 따라 해외명품을 사려는 심리가 꾸준히 확산하면서 '앞으로도 해외명품을 계속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전체의 8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옌볜에서는 부모가 한국이나 중국 내 대도시로 취업을 떠난 젊은이들의 과소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돼왔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조선족 자녀는 탈선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취업 연령이 돼서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직장에서 오래 버티지 못해 옌볜에서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현지 매체들은 외국에 나간 부모가 옌볜에 혼자 남은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에 중국 대졸자 평균 초임보다 많은 매월 3,000~4,000위안(약 53만~70만원)을 보내다 보니 과소비와 취업 기피 풍조가 만연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옌볜지역 은행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해외명품 선호보다는 자신의 경제수준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