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매각됐다.

뉴욕타임스(NYT)와 더불어 '미국 최고의 신문'이라는 명성을 자랑하면서 특히 정치ㆍ정책 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언론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가 5일(현지시간) 인수 발표를 한 직후 워싱턴포스트는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에 '포스트, 베조스에게 팔린다'(Post to be sold to Bezos)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리면서 이런 '충격'을 가감없이 전했다.

이 기사는 "이번 매각은 수십년간 주류 신문으로서 미국의 정치과 정책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던 워싱턴포스트로서는 갑작스럽고 놀라운 일"이라면서 "이런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걸 거의 아무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언론 역사상 최고의 특종으로 꼽히는 워터게이트 보도와 최근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프로그램 폭로 보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특종기사를 양산해 왔다면서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지난 10여년간 금융위기로 인해 신문산업이 불황을 맞으면서 종이신문은 그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인터넷과 디지털기술의 부상으로 전통적인 언론사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수년간 몇 차례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지난해에는 편집장까지 교체했으며, 올 들어서는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 있는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등 경영난 타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주력 업종인 종이신문의 판매 부수가 급감하면서 광고도 줄어들어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더욱이 방송, 온라인, 교육 등 이른바 신수종 사업이 영업이익을 내는 와중에 종이신문은 매출액이 줄어드는 동시에 손실까지 계속되면서 부수업종이 주력업종을 먹여 살리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또한, 지난달에는 인터넷판을 유료화한 데 이어 전력과 산업용 보일러 제품 생산업체를 매입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서기도 했으나 별다른 재미를 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877년 민주당계 기관지로 창간한 뒤 1899년 한차례 매각되면서 보수적인 신문으로 성장했다. 이후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1933년 금융업자인 유진 마이어가 인수하면서 많은 독자를 확보했고, 1946년부터 마이어의 사위인 필립 그레이엄이 경영권을 넘겨받아 지금까지 그레이엄 집안이 소유해왔다.

지난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으며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