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6년에 일어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이후 이 지역 나무들이 방사선 노출로 인한 장기적인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BBC 뉴스가 11일 보도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진은 체르노빌 지역의 나무들이 사고 후 첫 2~3년 동안 최악의 영향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살아남은 나무들도 가뭄 같은 환경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하며 특히 어린 나무들이 특히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고 '나무'(Trees)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사고 지점 반경 30㎞에 설정된 '접근 금지 지역' 내 12개 지점에서 1999년부터 100여 그루의 스코틀랜드 소나무(Pinus sylvestris)를 조사했다. 그 결과 많은 나무들에서 방사선 노출로 인한 돌연변이의 효과와 세포의 죽음을 반영하는 매우 비정상적인 성장 양상이 드러났다.

나무 표본들은 사고를 전후해 나무테의 색깔이 확연히 달랐으며 돌연변이를 일으켜 나뭇가지들이 뒤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나무들의 나무테는 주변에 흔한 자작나무 등 다른 나무들보다 읽기가 쉽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체르노빌 사고가 주변 경관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최초의 것임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현장 연구 결과는 보다 작은 규모의 표본들에 근거한 이전 연구들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스코틀랜드 소나무는 조림용으로 인기가 높은 수종이며 경제적 가치가 매우 큰 나무"라면서 체르노빌에서 처음으로 관찰된 생태계 변화는 스코틀랜드 소나무들이 빨리 죽고 붉은색으로 변한 이른바 '붉은 숲의 죽음'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950년대 미국에서도 다른 종류의 나무를 이용해 외부 감마선의 영향을 조사한 연구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은 규모였다면서 앞으로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서도 같은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지역은 소나무가 광범위하게 서식해 벌목이 주요 산업이다.

연구진은 후쿠시마현에서도 오염이 가장 심한 지역에서 소규모 현장 조사를 한 결과 체르노빌처럼 심각한 나무 고사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지역에서 생장점과 가지들의 죽음이 많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이 지역 나무들 역시 성장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