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이행에 조급한 日정부

산업계 “한일 경제협력에 기대” vs 정부 “위안부 합의 ‘착실한’ 이행”에 우려

일본 상공회의소 등, 문재인 정부에 “양국 경제 발전에 노력” 메시지 전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문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 일축

한민철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이웃나라 일본의 정제계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일본 산업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취임에 대해 이전 정부의 한일 관계 극복 및 경제적 측면에서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한 정치권 내에서는 ‘전략적 이익 공유’를 외치면서도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는 강경하며 우려 섞인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직후 일본 산업계·기업계 인사들은 당선 축하의 메시지와 함께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사카키바라 사다유키(<木+神>原定征)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정치와 경제를 하루 빨리 안정화 시키면서 한반도 정세에 직면한 관련국들과도 협력 하에 적절히 대응하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사카키바라 회장은 일본 내 일각에서 ‘지한파’라고 불릴 정도로 한일 관계 개선 및 발전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10월에도 청와대에 방문한 사카키바라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한중일 FTA(자유무역협정) 조기 체결과 한일 경제 관계 강화 그리고 양국 간 정상 회담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에도 기대의 메시지를 전하며, 한일 양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더욱 교류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일본상공회의소의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회장은 “(한국의) 반년에 걸친 정치적 공백이 해소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양국관계가 착실히 진전되는 동시에 북한 문제에 적절한 지도가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싶다”고 전했다.

일본 경제동우회 고바야시 요시미쓰(小林喜光) 대표 간사는 과거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관계에 대한 입장에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미무라 회장의 말처럼 한국의 이전 정부의 정치 공백과 냉랭했던 한일관계를 문 대통령이 해결해줄 것을 기대했다.

고바야시 대표 간사는 “새로운 대통령의 지금까지 대일 관계에 대한 자세 등을 감안해보면, 이후 한일관계의 행방이 염려된다”라며 “한미일 등 관계국 간의 긴밀한 협조가 지금처럼 중요성을 더하고 있을 때는 없었고, 미래 지향적 새로운 한일관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일본 제2의 수도 오사카의 상공 회의소 오자키 히로시(尾崎裕) 회장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일 무역과 불안한 한반도 정세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오자키 회장은 “경제면에서는 한일 FTA를 비롯한 자유무역 체제 추진에 힘을 다해달라”며 “한국은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웃 나라로 동북아 정세에 대한 대응에 만전을 다해야 하며, 한일 협력 강화에도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주로 일본 내 산업계·기업계 인사들은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취임으로 인한 한일 외교 관계 개선 및 주변 국과의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일본의 일간공업신문도 지난 11일 보도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과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 다루며 “한국과 일본의 무역 관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중간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본 기업 일각에서는 ‘정치관계는 경제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냉정함을 보인다”라며 “그러나 양국 관계를 좋게 하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고, 한중일 FTA 교섭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원만한 정치관계가 대전제”라고 설명했다.

‘위안부 합의 이행’이 첫 번째 과제인 日 정부

일본 산업계·기업계 인사들의 문 대통령의 취임에 보인 기대감과는 다르게 일본 주요 정치권 인사들은 기대감만큼 ‘경계’와 ‘우려’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치권은 한국의 새 정부에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면서도, 그 첫 번째 과제로 지난 2015년 12월 28일 양국 간 맺었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를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 됐던 지난 9일 밤 “한일 양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으로, 앞으로 문재인 당선자와 함께 손 잡고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폭넓은 분야에서 발전시키고 싶다”며 축의를 표했다.

이날 아베 총리를 북한의 핵 무기 문제를 둘러싸고 향후 양국의 협력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내면서 “공통의 관심 사항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한일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에 대한 뜻도 전했다.

그런데 다음 날인 10일부터 일본 외교부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 장관은 10일 기자 회견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원활한 이행을 아베 총리에 직접 요청할 방침을 나타냈다.

특히 스가 관방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에 대한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며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뜻을 거듭 강조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한일 위한부 합의)높게 평가하고 있고, 한일 양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실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한국 정부 측에 착실한 실시를 요구해 나갈 것이며, (양국 정상 간) 책임을 가지고 이행해 나가겠다는 말이 당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강한 경계감과 내심 우려를 나타내는 일본 정부에, 문재인 대통령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아베 총리와의 첫 전화통화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착실한 이행’을 기대한다는 아베 총리의 말에 대해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답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 의사를 표했고, 12일 일본 언론들도 문재인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부정적 태도에 대해 대서 특필하며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