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北경제 성장은 하지만 산업·계층·지역별 양극화 매우 심해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이슈의 숨가쁜 전개 속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박영자의 북한읽기’를 통해 북한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변화의 양상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사회에 대한 극단의 두 시각

김정은 집권 이후 2019년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북한의 경제사회를 바라보는 두 가지 극단적 시각이 있다. 하나는 북한정권 스스로 ‘고난의 행군’ 시기라 지칭한 1990년대 중반이후 형성된 시각이다. 즉, 식량부족으로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하고 전력 공급 부족 등으로 대부분의 공장들이 가동을 중단하며, ‘꽃제비’라 불리는 부랑아들이 시장을 전전하던 시기에 형성된 시각이다. 이 시각에 의하면 북한의 경제사회는 여전히 지극히 낙후되어 있으며, 주민들은 굶주림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 경제사회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평양 등 일부 대도시 지배계층에 국한된 현상이다.

또 다른 시각은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시각이다. 북한의 경제사회가 시장화를 통해 고도성장하고 있으며, 사회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시각이다. 이 시각은 주로 김정은 집권 후 평양을 방문한 인사들이 전하는 북한의 경제성장, 평양에 새로 건설된 고층아파트들, 400만대가 훌쩍 넘어선 무선통신 이용자수, 각종 위락시설의 발전, 그리고 평양 등 대도시의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망에서 거래되는 북한산 제품 등을 통하여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두 극단적 시각의 공존 이유와 ‘거리 두기’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사회에 대하여 이토록 대립적인 시각이 공존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접근 제약으로 인해 북한의 경제사회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제한된 정보조차 제대로 전달되거나 해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경제사회적 변화가 산업별 및 지역별로 불균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대립적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2019년 현재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제재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경제사회는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의 위기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고 북한 전반에 균형 잡힌 고도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사회는 분명 김정일 시대에 비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그 개선의 속도가 급진전된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지역별, 계층별, 산업별로 변화의 속도가 매우 불균등하다. 그리고 시장화에 따른 부의 편중으로 중상층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는 것과 달리, 농민이나 하층민의 생활 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 시대에 비해 김정은 시대 북한의 경제사회가 성장세를 유지하며 변화하는 추세이다.

이 지면에서는 이러한 시각에 따라 북한 주요 분야의 변화 양상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전달하고자 한다. 즉, 주민 다수가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며 노예처럼 살아가는 사회’라는 극단적 부정시각과 다수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빠르고 눈부시게 발전하는 사회’라는 극단적 긍정시각으로부터의 거리두기를 시도한다.

김정은 시대인 현 단계 북한 체제는 분명 1990년대의 위기로부터 회복하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회복 양상과 아래로부터의 다양한 변화가 아직 본격적인 경제성장이나 시민사회 형성을 논할 수준은 아니다. 이 코너에서는 이러한 북한의 현실을 동시에 밝히고자 한다. 이중 오늘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전반적 경제 추이를 진단해 본다.

회복 추세 보이는 북한 경제

대부분의 사회주의 경제가 그러했듯 북한 경제는 계획경제의 구조적 비효율성 문제가 있었지만, 1970년대까지는 국가자원의 집중투자로 인해 나름의 공업국가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는 정체상태에 빠졌으며, 1990년대에는 몰락위기 수준으로 후퇴하였다. 사회주의 경제권의 붕괴, 대규모 자연재해, 김일성 주석의 사망 등으로 끝없이 추락하던 북한 경제는 대략 1998년을 바닥으로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2000년 이후 북한 경제는 부침이 있으나 느리게나마 회복되는 추세이다. 김정은 시대에도 이러한 경제회복 경향은 이어지고 있다. 국지적으로 식량 사정이 악화되거나 아직도 굶주림의 위협에 시달리는 한계 계층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의 식량 위기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다. 최근 국제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북한 영유아의 영양상태는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사망률도 하락하고 있다. 북한주민들의 생활과 소비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

<그림1>은 한국은행의 북한 GNI(국민총소득) 추정치인데, 북한 경제가 1998년 이후 추세적으로 소폭의 회복을 지속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극심한 가뭄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2015년을 제외하고는, 북한 경제가 이전보다 다소 빠른 회복세를 보이다가, 2017년에는 민생품목을 포함한 강도 높은 대북 경제제재와 가뭄 등으로 상당 폭 후퇴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1]

북한의 실질 경제, 한국은행 추정치 보다 개선

북한의 공식매체나 국제기구의 조사, 그리고 외부 관찰자의 증언 등을 통해서 본 김정은 시대의 북한 경제는, <그림1>에서 제시한 한국은행의 추정치보다 훨씬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외부 관찰자들이 북한의 비공식 경제영역에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의 회복 속도는 김정은 시대에 다소 빨라진 것도 있지만, 그 양상을 보면 2000년 이후 공식경제 영역에서 집계되지 않는 시장경제 발전으로 인한 효과가 누적된 결과이다. 특히 북한의 시장화가 진전됨에 따라 외부 관찰자에게 북한 경제의 개선된 모습이 더 잘 관찰되며 주목받고 있다.

외부 관찰자들은 북한당국의 통제로 인해 공식경제 영역에 접근이 어렵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비공식 영역에서 발전한 시장경제 상황을 주로 관찰할 수밖에 없다. 또한 평양 등 대도시의 시장경제 활동이 김정은 집권 이후 각종 규제완화로 더욱 활발해졌기 때문에 북한 경제가 전반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북한의 비공식 경제 발전을 추동한 시장화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점이다. 한국은행의 북한 GNI 추정치는 2000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후 각종 규제완화로 인해 발전한 시장화 영향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북한 경제의 회복은 무연탄 등 지하자원과 1차 산품의 수출 및 상업·유통, 운수업 등 민간 서비스업 성장이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추정치는 상업·유통을 비롯한 민간 서비스업의 성장이 미친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 단계 북한 경제 상태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2012년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은 시장과 무역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였다. 이로 인해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의 시장화가 가속화되었다. 그런데 암시장으로부터 성장한 북한의 시장경제 실태는 북한의 공식 경제 영역에서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때문에 한국은행 추정치가 북한 경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김정은 시대에 외부 관찰자의 눈에 비친 북한 경제와 한국은행 추정치 간에 괴리가 큰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림2]

서비스 산업이 경제발전 추동하나 제조업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해

<그림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북한의 공식 계획경제 시스템 와해 및 시장경제 발전과정에서 성장한 서비스 산업이 북한의 경제 발전을 추동하고 있다. 북한 경제의 회복과 발전은 산업별로 매우 불균등한 상황이다. 서비스업, 농림어업, 전기가스업, 건설업 및 광업이 비교적 빠르게 회복된 후 성장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의 회복 속도가 매우 늦다. 무엇보다 현재 북한 경제의 시장화를 주도하는 상업·유통 등 서비스업의 성장이 제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재 북한 경제 발전의 가장 큰 한계점이다.

시장화 통해 성장한 북한 경제의 내구력

현재 북한의 공식 경제영역에서는 노동자들의 생활에 필요한 배급과 월급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북한 시장에서는 다수 주민들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한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획득한 수입으로 시장에서 생필품과 ICT 제품 등 고급 소비재와 심지어 부동산까지 구매한다. 개인뿐 아니라 많은 국영기업도 시장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하여 생존하고 있다.

국가가 생산을 위한 물자를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시장을 통해 물자를 조달한다. 그리고 이렇게 조달한 물자로 시장 수요가 있는 상품을 생산한다. 이 생산품은 시장 가격으로 판매되어 기업의 수익구조를 창출한다. 수익 중 일부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는 기업 운영비 등으로 충당된다. 국가 기간산업인 발전소, 제철소, 대형군수산업 등 핵심 기업은 여전히 계획경제 시스템이 작동된다. 그러나 이들 대형 국영기업 내에도 시장경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으며 그 외 대부분의 국영기업에게 계획은 이제 형식적인 슬로건이 되어가고 있다.

김정은 집권 후 국가주도 시장화

김정은 집권 후 북한정부는 시장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무선통신 서비스와 같이 국가가 주도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국가나 국영기업이 이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핸드폰을 비롯한 ICT 제품이나 축산물 등 고급 소비재는 종합시장(소위 장마당)보다는 국가가 주도하여 확충한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등 대형 유통망에서 주로 거래된다.

북한에서 여전히 고급 서비스에 속하는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 등도 외화벌이 사업이라는 명목을 넘어서 국가 재원 확보를 위해 국가 주도 또는 용인 하에 발전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북한에서 국가가 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무엇보다 재정수입 확보, 특히 외화수입 확보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시대 들어 이러한 흐름이 각종 규제완화와 함께 성장하였다. 그 이유는 통치를 위한 재원 확보 목적뿐 아니라 갈수록 발전한 주민들의 소비 수준과 욕구를 충족시킬 필요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가 1990년대보다 개선되었으며 경제의 활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조업을 근간으로 한 북한의 국가 경제는 낙후되어 있으며 농민을 포함한 하층주민들의 생활상 어려움이 지속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비공식 영역에서 발전한 시장경제의 수혜가 도시지역 중상층 주민들에게 집중되면서 한계 계층의 생활이 쉽게 개선되지는 못하고 있다. 대외무역의 확대와 시장화의 과실은 주로 평양 등 대도시나 신의주, 혜산 등 국경도시의 중간계층 이상에 집중되고 있다. 농촌 주민이나 내륙 중소도시 주민들 대부분의 생활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시장화의 어두운 면인 양극화 현상이다.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004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숙명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며 북한 체제를 연구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통일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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