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건국 70주년 ‘군사굴기’ 강조

‘둥펑-41’ 워싱턴 100m 오차 이내로 타격

지난 1일 중국은 건국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에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을 비롯한 신무기를 대거 공개했다. 특히 둥펑-41은 차량 16대에 실려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 행사에서 지상용 무기 중 맨 마지막에 등장하며 위용을 뽐냈다. 둥펑-41은 중국이 자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길이 16.5m, 직경 2.8m, 총중량 60여t에 달하는 대형 신무기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둥펑-41은 사거리가 1200km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지구상 거의 모든 표적을 사거리에 두고 있다. 특히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도 직접 타격할 수 있어 미국은 이 무기를 직접적 위협이 되는 무기로 인식한다.

이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공격 오차범위는 100m 이내로 알려졌으며 어마어마한 크기만큼 최대 10개의 핵탄두를 직접 탑재할 수 있어 폭발적인 공격력을 자랑한다. 핵탄두를 실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워싱턴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세밀한 정확성으로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핵상겸비’형 ICBM의 새역사로 평가받는다. 이 미사일은 둥펑-31A를 개량해 만들어 일반 전역전술 미사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둥펑-31A도 지난 2017년 건군 90주년 열병식 이후로 이번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복을 입고 박수 치고 있다. 연합

신무기 대거 공개

중국은 미국 전역을 타격권에 두고 있는 둥펑-5B도 공개했다. 또한 음속보다 5배 빠른 둥펑-17 탄도미사일, YJ-18A 함대함 미사일 등을 공개하며 ‘군사굴기’ 중국의 군사력을 보란 듯이 드러냈다. 둥펑-17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비롯하 동북아시아를 사정권에 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미국의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DF-100 초음속미사일도 열병식에 등장했다. 중국은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인 최신 전투기인 젠-20도 생중계로 이륙 장면을 공개했다. 미국이 자랑하는 F-22와 F-35와도 비등한 전투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젠-20은 작전 반경이 2000km에 달한다. 공중 급유가 이뤄지면 4000km로 작전 반경이 2배로 늘어난다.

이외에도 젠-10, 젠-11B 등 주력 전투기가 새로 배치됐으며 또 다른 첨단 전투기로 불리는 젠-16, 즈-20 무장 헬리콥터도 톈안먼 광장 위를 비행하며 압도적인 공군력을 자랑했다. 중국 공군의 핵심전력으로 꼽히는 훙-6N 폭격기와 훙-6K 폭격기도 여전한 위용을 드러냈으며 대형수송기인 윈-20과 항공모함 함재기인 젠-15도 모습을 나타냈다.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육군 전력에 이어 막강한 공군력을 드러내며 미국과 유일하게 겨룰 수 있는 대국굴기로 가는 길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공격으로 드론 공격기가 조명받고 있는 가운데 스텔스 기능을 탑재한 공격형 드론인 공지(GJ)-11도 공개됐다. 중국 당국은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무기들은 모두 실전 배치된 것이라고 밝히며 드론 공격기인 GJ-11도 실전 배치가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최신형 경전차인 15식 탱크도 등장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중국의 군사굴기에 대해 “미중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건국절 70주년을 의미있게 보내자는 정치적 메시지로서 시진핑 시대에 들어서 미국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대국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미국에 대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지만 국제 정세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태도로 보인다”라며 “미국에게 경제나 군사 문제 등 여러 상황에서 본인들이 일방적으로 끌려가거나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는 것이 아닌 국제사회에서 큰 축을 맡고 있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건국 7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어떤 세력도 중국을 뒤흔들 수 없다”고 밝히며 G2로 올라선 중국의 국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진핑 주석은 이 연설에서 “이 위대한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세력은 없다”며 “어떤 세력도 중국 인민과 중국 국가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축사 이후 이어진 열병식이 이러한 시 주석의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근거였다. 시 주석은 홍콩과 마카오, 대만과의 관계도 언급했다. 그는 “홍콩과 마카오의 지속적인 번영과 안정을 유지하고 자치 지역인 대만과 평화적인 관계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에 최신형 ICBM인 둥펑-41이 등장했다. 연합

G2를 공고히 하려는 중국의 행보

신 센터장은 “중국이 사실상 사회주의 체제를 버리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를 채택하면서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고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앞으로 내부 시스템이 선진시스템으로 얼만큼 업그레이드될 수 있느냐가 숙제”라며 “내부적으로는 정치안정과 경제의 선진화, 대외적으로는 패권 전쟁에서 미국과의 경쟁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가 큰 과제이며 주변국에게 펼치는 공세적 외교를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앞으로는 지금처럼 군사굴기와 더불어 경제적 도약을 더욱 도모할 것인데 그런 과정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국제사회에서의 2강 체제를 확고히 하고자 할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에서 경쟁만이 아니라 협력과 도움 없이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을 적당히 이용하는 강온 양면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하여 미국을 어떤 형태로든 자신들의 편에 끌어들이며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굴기를 당분간 지속하려는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