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부터 코로나19·독감 동시 유행 가능성 높아…”백신 연내 상용화 어려워”

독감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미국 코로나19 사망자가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르면 내년 초에나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나마 어린이용 백신은 이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최소 38개 백신 후보 물질이 임상시험에 들어갔지만 모두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가을에는 2개 질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 우려까지 나오고 있어 결국 올해 안에 코로나19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설왕설래’…“올해 상용화 어렵다”

코로나19가 종식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독감 유행 시기까지 다가오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트윈데믹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독감은 증상만으로 코로나19와 구분이 쉽지 않아 그 불안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독감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은 늦어도 오는 11월 초까지는 맞아야 독감 유행 기간인 11~12월부터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트윈데믹 우려 때문인지 일부 미국 보건 전문가들은 “올해 가을은 세상에 종말이 온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경고를 해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경로와 관련한 권고문을 공지했다가 갑자기 삭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삭제된 권고문에는 ‘바이러스가 비말과 공기 중 입자에 남아있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데 입자가 약 1.8m 이상 이동한다는 증거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공지한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와 갑자기 삭제한 것의 저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 상태다.

또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은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모든 미국인에게 백신을 지급하려면 내년 7월은 될 것”이라며 “올해 12월에 매우 제한적인 분량의 백신이 사용 가능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백신이 사용 가능한 시기는 내년 2분기 후반 또는 3분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몇 시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긴급 브리핑에서 “올해 연말까지 백신 1억 회 분이 미국에 보급될 것”이라며 레드필드 국장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여전히 미국 내부에서 코로나19 대응과 백신 개발 관련해 연일 혼란스러움이 노출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해 전 세계가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미국 외부로 향하는 공세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지난주 개막한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전염병을 세계에 퍼뜨린 국가인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 중국은 국내 여행은 봉쇄하면서도 해외 항공편을 허용해 세계를 감염시켰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코로나19 사태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간접적으로 반박해 두 나라 입장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독감 백신 유통 사고…트윈데믹 공포 증폭

국내에서도 트윈데믹 공포심을 증폭시키는 사건이 터졌다. 정부는 올해 독감 국가예방접종 대상에 중고등학생과 만 62~64세 총 500만 명을 포함했다. 이에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 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은 모두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문제는 어느 때보다 독감 백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백신 유통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유통 중이던 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이번 사고로 인해 지난 22일 예정돼 있던 만 18세 미만 소아, 청소년 및 임신부 무료 접종이 일시 중단됐고 지난 8일부터 진행된 2회 접종 대상자 무료 접종도 전면 중단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독감 환자는 11월 7만3997명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12월 58만7609명으로 가장 많았고 올해 봄까지 유행했다. 늦어도 오는 11월까지는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은데 자칫 독감 백신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는 호흡기 감염 질환으로 두통, 발열, 인후통 등 증상이 독감과 유사하다. 결국 증상만으로는 코로나19와 독감을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 독감 환자와 코로나19 환자가 뒤섞이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독감 환자가 코로나19에도 감염되는 등 동시에 두 가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트윈데믹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시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품질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검사에는 약 2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질병관리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품질검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폐기 또는 접종 재개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모든 백신을 다 검사하는 것도 아니고 표본을 검사하는 것인데 어떤 판단 기준으로 얼마나 정확히 검사가 될지 모르겠다”며 “정부가 사용해도 좋다는 결과를 내놓고 큰 부작용이 없다 해도 백신 효과까지 제대로 보장될지 의문”이라고 발표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검사를 통해 이상이 없다고 해도 백신을 걱정 없이 맞을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품질 검사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일시 중단했고 현장 조사와 품질 검증을 진행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예방접종 재개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며 “이번 백신 상온 노출 시간이 세계보건기구가 말하는 백신 상온 노출 안전기간보다 턱없이 짧아 위험한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