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에서 최고 수준 확산…프랑스는 전역 봉쇄령 조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세계 각국 코로나19 재확산 규모가 심각한 수준으로 커지는 가운데 프랑스가 결국 전국 봉쇄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소 12월 1일(10월 30일 자정 시작)까지 프랑스 전역에 봉쇄령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여름 휴가 시즌 인구 이동이 증가할 때만 하더라도 “제2의 봉쇄는 없을 것”이라던 당초 프랑스 정부 입장과 상반되는 조치라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5만 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좋지 않은 프랑스는 현재 미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코로나19 누적 피해가 큰 국가다.

총체적 난국, 스웨덴 집단면역 정책도 실패

가을이 깊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폭풍’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역대 최고 속도로 확산하면서 전 세계가 2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빠져들고 있는 것. 미국에서는 지난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중서부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대란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5만 명을 넘어서는 상황까지 발생하며 결국 전국 봉쇄령을 발표했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정부 역시 강력한 봉쇄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환자 수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가 됐고 사망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면역 정책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온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코로나19 방역 총괄 책임자가 “집단면역은 윤리적이지 않고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경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실상 스웨덴 방역 정책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스웨덴은 그동안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학교와 레스토랑 등 공공시설을 개방하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방역 조치를 취하도록 방치했었다.

마침 스웨덴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고 다른 국가들도 혹시 좋은 방역 롤모델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 사망률이 높다. 코로나19 사망자가 6000명에 육박하면서 인구 대비 사망률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독일 5배, 노르웨이·핀란드 10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의 지난주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주 만에 70% 크게 뛰었다. 이미 스웨덴 감염률은 가을이 시작된 이후 지난 두 달 간 8배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특히 스웨덴 전국 21개 지역 중 17곳에서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스카니아 자치주는 자발적 봉쇄령을 선언하기도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집단면역은 바이러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면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지 바이러스에 노출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면서 “공중보건 역사상 집단면역이 팬데믹은 물론 발병 대응전략으로 사용된 적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2차 팬데믹’ 심각성 망각한 행위 만연

문제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2차 팬데믹에 대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는 거다. 지난주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최측근이 줄줄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3일 열리는 미국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음성 판정)은 14일 격리 규정을 어기고 필수 임무를 수행한다는 핑계로 예정된 대선 유세 일정을 강행했다. 특히 부통령실은 얼마나 많은 보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정확한 인원수 공개를 거부해 더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스포츠계에서도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망각한 일이 일어났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지난달 28일 LA 다저스가 2020시즌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했다. 주축인 내야수 저스틴 터너가 경기 도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빠진 가운데 32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뤄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문제는 우승 후 터너의 행동이다. 비록 경기에는 빠졌지만 다저스가 우승을 확정 짓자 터너는 다시 그라운드로 뛰어 나왔다. 마스크를 벗고 동료와 껴안고 기쁨을 나눈 것도 부족해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안고 아내에게 입맞춤까지 했다. 심지어 터너는 구단 단체 사진을 찍을 때는 중앙에 자리를 잡았는데 사진 촬영 중에는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MLB 사무국은 최근 성명을 내고 “터너는 경기 중 코로나 확진 사실을 통보받고 격리됐지만 보안 요원 제지를 무시하고 그라운드에 들어갔다”며 “이는 명백한 규약 위반이며 사무국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경각심 결여 행위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에서도 만연한 상황이다. 현재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주요국들은 다시 한 번 강경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내놓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도 2일부터 한 달간 식당, 술집 등 여가시설을 폐쇄하는 부분 봉쇄 조치를 결정했다. 이탈리아 역시 정부가 야간 통행금지, 식당과 주점 영업시간 단축 등 부분 통제 조치를 결정했다.

하지만 유럽 대부분 국가가 정부의 이 같은 강경한 조치를 반대하는 국민들 시위로 인해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 통제력 강화가 국민 경제 활동에 지나친 타격을 가하는 데다 민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던 중국에서도 가을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중국 신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무증상 감염자에서 확진자로 전환된 것이라 더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와도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없으면 확진자에 포함하지 않고 무증상 감염자로 집계하고 있다. 결국 신장에서 이 무증상 감염자 다수가 확진자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