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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책략가는 외교력과 애국심을 통해 국가의 주권을 지켜내는 인물"

홍승용 전 총장, `부강한 나라의 해양책략’ 주제로 강연
최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 강연회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부강한 나라의 해양책략‘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 강연회에서 한국 최고의 해양책략가 홍승용 전 인하대 총장의 지혜와 경륜이 녹아든 절정의 명강의가 펼쳐졌다.

홍 전 총장은 대한민국 주요 해양정책에 깊숙이 참여했던 해양정책 전문가이다. 최장수 해양수산부 차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세계해양포럼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우리나라 중장기 해양정책의 효시인 `해양한국 21‘ `대한민국 태평양 심해저광구 유엔 등록’ `남극해양과학기지 건설‘ `한중어업협정 체결’ `여수해양엑스포 기획‘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홍 전 총장은 대학교육에서도 큰 업적으로 남겼다. 인하대 총장을 비롯해 덕성여대 및 중부대 총장을 역임했다. 특히 국가교육과학기술위원회 부의장(의장은 대통령),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특히 해외 해양정책 리더들과 깊이 있게 교류함으로써 한국 해양정책이 국제적으로 통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왔다.

이날 소개를 맡은 장영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은 “한국에서 해양책략가라 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이 홍 전 총장”이라며 “홍 전 총장님은 해외 명예박사학위만 두 개에 달할 정도로 한국 해양정책을 국제적으로 각인시킨 선구자”라고 소개했다.

한국 해양수산계를 대표하는 청중과 유관기관 대표들은 이날 강의를 들은 뒤 “해양수산 분야에 큰 이슈가 많고 국가의 미래와 깊이 연결돼 있음을 알게 됐다”며 “홍 전 총장이야 말로 한국 해양계의 파워의 원천임을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이날 강의의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 홍승용 전 총장이 11월 1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해양정책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한국해양수산개발원)
책략이란 '책임 있는 전략'

책략이란 국가의 운명과 승패를 좌우하는 선택을 가리킨다. Life is C between B & D. 여기서 C는 Choice, Change, Chance라는 표현이 있는데, 책략의 역할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해양책략의 핵심화두는 “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무역을 지배하고 세계무역을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의 운명을 좌우했던 해양책략과 책략가들을 숱하게 만나게 된다. 포르투칼의 엔히크왕자와 바스코 다 가마,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과 콜럼부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디즈레일리 수상, 프랑스의 루이14세와 콜베르, 미국의 시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과 알프레드 마한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해양책략을 통해 세계국가를 만들었던 공통점을 갖는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 영토 정부 외에 외교력과 애국심이 수반돼야 제대로 된 국가로서 발전할 수 있다. 토마스 홉스는 “정당한 정부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압도적인 힘과 국민의 동의”라고 말했다. 외교력과 애국심이야말로 국가의 상징 같은 것들이다. 20세기 들어 전세계적으로 845개에 달하는 해양분쟁이 발생했다. 해양책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존재감을 발휘한다. 해양책략가는 외교력과 애국심을 통해 국가의 주권을 지켜내는 인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해양책략의 근본이론은 지정학

세계적 작가 유발 하라리는 “서양이 동양을 상대로 앞서나가게 된 핵심 이유는 지적 호기심과 바다를 향한 대 탐험”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는 역사를 흔든 3척의 배를 알고 있다.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1492), 유럽인의 미주 이동을 상징하는 메이플라워 호(1620), 진화론을 낳은 다윈의 비글 호(1831) 등이다. 이들 배들은 앞선 생각과 앞선 책략이 앞선 문명을 창조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상징한다.

중세 이후 세계로 약진한 유럽에서는 두 차례의 해양혁명이 있었다. 1차 해양혁명은 대항해시대 직전인 10~14세기에 일어난다. 이 시기 제노바 피렌체 베네치아 등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에서 자본이 축적되고 금융시스템이 태생했으며 해양력이 키워졌다. 8차례에 걸친 십자군 전쟁은 아시아에 비해 열세에 있던 유럽이 아시아의 힘을 테스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1298)은 아시아를 태핑하던 유럽인의 영혼을 뒤흔든 뇌관 역할을 했다.

중세 이후 유럽은 거칠게 없었다. 15~19세기를 거쳐 유럽은 대항해시대라는 `발견과 지배‘의 시대를 향유했다.

두 차례에 걸친 해양혁명이 남긴 것은 역사적이다. 지중해에서 인도양 대서양으로 경제의 중심이 이동했으며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선박과 항해기술의 급속한 발전 덕에 세계화와 제국주의가 자리잡게 됐다.

해양책략의 근본이론은 지정학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알프레드 마한의 Sea Power론(1897)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최남선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누가 한국을 구할 자인가. 한국을 바다에 서는 나라로 만드는 것”

해양패권 놓고 격돌하는 미국과 중국

미국은 세계국방비 총액의 40%를 지출하는 나라다. 전세계적으로 600개의 미군기지를 두고 있다. 세계 제해권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2등을 허용하지 않는 1등국가다. 1970년대의 소련, 1990년대의 일본이 대표적인 예이다. 21세기의 중국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할지 관심이다. 중국의 아편전쟁이후 100년을 `백년의 치욕‘이라 부르며 절치부심해 왔다. 이른바 백년의 마라톤(1949~2049)을 통해 세계중심국가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야욕을 불태우고 있다. 덩샤오핑은 유해를 바다에 뿌렸으며 장쩌민은 해양법을 열독했다. 후진타오는 해양대국 건설을 표방했으며 시진핑은 북경올림픽에서 정화의 해양정신을 치켜 세웠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 전수상은 영토권 확보를 위해 29개 지역 148개 섬을 특정유인국경낙도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독도를 무인도로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전략에 불안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의 굴기는 한중일 바다영토 삼국지와 동의어다. 한중일 3국은 양안간의 거리가 400해리 이내이며 유인도와 무인도가 혼재하고 있고, 역사적 문제까지 얽혀있어 복잡다단하다. 2028년에는 한일 7광구 대륙붕공동개발 기한이 만료되는 점도 머리를 무겁게 하는 현안이다.

바다를 중시한 일류지도자와 일류 책사는 일류국가를 만들었지만 바다를 무시한 삼류지도자와 삼류 책사는 망국으로 이끌었다. 역사의 교훈이다. 우리는 한 손에는 해양책략, 다른 한 손에 해양력을 들고 21세기 한중일 해양삼국지를 써야 한다.

<윤구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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