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내부를 제3의 공간으로 활용한 인포테인먼트 기술 접목

메르세데스-벤츠가 대형 전기 세단 EQS에 탑재될 MBUX 하이퍼스크린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 벤츠코리아)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올해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열렸던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1월 11~14일)는 ‘미래 자동차’와 관련된 첨단기술의 경연장이었다. CES에 참가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글로벌 IT 기업들도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탑재될 다양한 기술들을 속속 공개했다. 이미 자동차와 IT 기업의 협업이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자율주행 기술은 물론이고 차량 실내 대시보드의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적 디자인과 기능들도 협업의 대표적 결과물들이다. 특히 ‘CES 2021’에서는 자율주행 시스템 구동에 필요한 차별적인 주행 보조기술과 새로운 헤드업 디스플레이 기술들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편의성’과 ‘안전’…두 마리 토끼 잡는다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가 저물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휘발유와 경유로 주행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쓴지 꽤 오래됐다. 특히 유럽 등 선진국들이 2030년 전후로 휘발유, 디젤과 같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자동차 기업들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조사기업 EV볼륨즈에 따르면 테슬라가 지난해 49만대로 전기차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그 뒤를 기존 글로벌 완성차 기업인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현대자동차 등이 맹추격하고 있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기존 글로벌 강자로 군림했던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역시 본격적인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급변하는 자동차시장의 환경 변화에 뒤처지는 순간 벼랑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먼저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MBUX 하이퍼스크린’을 공개했다. 올해 국내 출시될 예정인 벤츠의 럭셔리 전기세단 ‘EQS’에 선택 사양으로 적용시킬 것으로 보인다. 운전석과 조수석 전체를 잇는 대형 곡선형태의 MBUX 하이퍼스크린은 기존 자동차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대시보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탑승객의 자동차 사용 패턴을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파악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 중심의 맞춤형 인포테인먼트와 편의사양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소비자가 새로운 수준의 편안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MW는 최첨단 플래그십 순수 전기차 ‘iX’에 탑재될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운영체제 ‘BMW iDrive’를 공개했다. iX는 올해 말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BMW iDrive라는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분석해 보다 개선된 자동 주행과 주차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BMW 차량으로부터 위험 상황에 대한 경고를 받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편의 기능이 눈길을 끈다. 목적지 주변 지역에 주차 공간이 있는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공격적인 전기차 전환을 예고한 GM은 배송용 전기트럭 사업을 본격화한다. 올해 말까지 배송업체 페덱스에 첫 대형 상업용 밴(승합차)인 ‘EV600’ 500대를 인도할 계획이다. GM이 독자 개발한 ‘얼티엄 배터리’가 탑재되는 EV600은 1회 충전 거리가 약 400㎞에 달하며 주행 중 인터넷 연결도 가능하다. 또 GM은 차량 실내를 거실처럼 꾸민 자율주행차 ‘캐딜락 헤일로’와 첫 항공 모빌리티 제품인 수직 이착륙 드론 ‘버톨’ 등 두 가지 미래형 콘셉트카도 공개한다. 기존 완성차 글로벌 강자 중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IT업계, 전장·모빌리티 솔루션 강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CES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래 자동차와 관련된 신기술이었다. 자동차 관련 기업들은 물론 IT 기업들까지 미래차 신기술을 선보이면서 CES의 소비자(Consumer)를 의미하는 ‘C’가 자동차(Car)의 약자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회자될 정도였다. 그만큼 최근 미래 신기술의 핵심은 ‘모빌리티’다.

이미 관련 업계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발 빠르게 합종연횡을 진행하고 있다. 애플이 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과 전기차 개발 협업에 나서는 등 기존 선두주자들은 이미 전면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IT 기업들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장부품 자회사인 하만인터내셔널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화한 ‘디지털 콕핏 2021’을 공개한 바 있다. 차량 내 멀티디스플레이를 의미하는 디지털 콕핏은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전방 영역의 차량 편의기능 제어장치를 디지털 전자기기로 구성한 장치다. 차량 내부를 ‘제3의 생활공간’으로 꾸리는 것을 추구한다.

LG전자는 지난 1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LG 미래기술대담’에서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프트와 공동으로 설립한 합작법인 ‘알루토(Alluto)’가 오는 27일 출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알루토는 웹OS 오토 플랫폼을 기반으로 헤드유닛과 뒷좌석 엔터테인먼트시스템(RSE) 등을 포함한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시장에 선보인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자동차 산업은 LG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핵심 동력원 중 하나”라며 “우리의 목표는 산업계의 선도적 자동차 부품 및 솔루션 공급사 중 한 곳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일본 소니의 자율주행 전기차 ‘비전-에스(VISION-S)’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소니는 10여개 자동차 부품 및 생산 기업과 손잡고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소니는 강점인 광학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차 내·외부 환경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뒷좌석에 잠든 승객을 카메라로 감지해 온도를 조절해주는 기술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자회사인 모빌아이는 올해 초 ‘인간보다 1000배 이상 안전하게 운전한다’는 자율주행차를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 4개국 주요 도시에서 시범 운행할 계획이다. 세계 각국에서 자율주행차의 자동화된 맵핑(지도생성) 기술을 구현해 시범지역 확장이 가능해졌다. 모빌아이는 2017년 인텔이 153억 달러에 인수한 자율주행 기업으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동차는 점점 전자화되고 IT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IT 기업들의 전장·모빌리티 솔루션 강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 앞으로 IT와 자동차간 결합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