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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이란 동결자금 해결 ‘급물살’…북한 비핵화 협상 예습?

美,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일부 스위스 이전 방안 논의
  •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 (사진 연합)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2년이 지났다. 2018년 2월 말 전 세계의 기대를 받으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마지막 담판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북한이 희망한 제재 해제와 미국이 원한 비핵화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트럼프 정부의 퇴임과 함께 협상 테이블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태도만 밝혀왔는데 조금씩 윤곽을 내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북 제재에 대한 언급은 향후 북미 관계는 물론 이를 견인해야 하는 우리 정부에도 중요한 실마리가 되고 있다. 그 과정에는 이란이라는 사전 예행 연습 대상이 자리 잡고 있다.

미, 이란 핵합의 복귀 시사…“한국의 역할 중요”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은 이란뿐만 아니라 북한과 관련해서도 제재 이행에 필수적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한국을 향해 동결된 원유대급 자금 70억달러 중 10억달러를 먼저 내줄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란의 발표와 달리 "한국 정부가 10억 달러를 이란에 내주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했으며 우리는 한국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협의가 끝나야 한국이 이란 자산을 풀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상기시켰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하루 전에도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에 대해 한국과 이란이 의견 접근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 대해 한미간의 폭넓은 협력을 강조했다. 연이틀 이란 문제에 대한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당시 한국 정부가 이란 자금 동결 해제에 대한 미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아직 어떤 자금 이체도 없었다"고만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추가 제재와 인센티브 등 동원 가능한 수단을 모두 살펴보면서 대북 접근법을 가다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무부의 입장은 동결된 자금으로 인해 이란과의 관계가 발목 잡혀 있는 한국에 대해 북한과의 제재 문제까지 연관 지어 가며 한미간의 일치된 행동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면에는 이란에 대한 제재 일부를 해제할 경우 북한에도 같은 상황을 적용할 수 있다는 배경이 깔려있을 수 있다.

미국의 제재를 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이란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며 우리 정부에 대이란 압박 합류를 강요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란 원유 수입 금지 조치 속에서도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을 끝까지 추진했지만, 미국은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 핵합의 복귀를 사실상 선언했다. 미국이 이란의 핵합의 조건 이행을 강조하고 이란은 선(先) 제재 해제로 맞서고 있지만 흐름은 합의로 이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北, 이란 선 제재 해제 요구…한국 마중물 역할 될까

미국의 이란 핵합의 복귀가 실현될 경우 우리 정부가 북한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이란 제재를 풀어 양국 무역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지속해 왔다.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는 초긴장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한국과 이란과의 관계는 비교적 완만하게 유지돼왔다. 이란이 한국 국적 선박을 나포한 것도 사실은 미국과 특별한 동맹관계인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북한도 선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희망하는 각종 대북 제재 해제는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에게도 심각한 걸림돌이 돼왔다.

남북 간의 이산가족 화상 상봉조차도 미국이 대북 제재로 인해 장비 반입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우리 정부의 인도주의적 약품 지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2018년 북측에 의약품 '타미플루'를 지원하려 했지만 운송 수단이 미국의 대북 제재 대상이어서 무산된 바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임기 막판 북한의 제재 위반에 대한 신고를 받아 최고 500만달러(약 55억원)의 포상금을 주는 웹페이지(dprkrewards.com)까지 개설했고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여전히 운영 중이다.

그런데 프라이스 대변인의 발언대로라면 미국과 이란·북한 간의 협상에서 한국에 대한 제재 면제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여지가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마침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대북 인도주의 협력과 관련해 금강산 관광 문제를 언급하며 "국제사회가 제재의 시각을 유연하게 바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단체 관광이 아니라 개별관광을 예로 들며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언급을 했다.

미국 내 北 ·이란 강경파의 반대 극복이 관건

마침 바이든 정부의 국무부 대북 진용에는 한국과 북한을 잘 아는 인사들이 포진했다. 대북 외교에 문외한으로 채워졌던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성김 동아태 차관보 대행과 정박 동아태 부차관보를 통해 대북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우리 정부의 제재 면제를 통한 대북 접근 노력이 성사될 여지는 이전보다 커진 모습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추가 제재나 외교적 인센티브를 모두 고려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지만 현 상황에서 추가 제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정부의 제재 해제 가능성에 대한 보수 진영의 우려는 넘어야 할 산이다. 폭스뉴스는 최근 이란 핵합의 협상에 맞춰 북한과 이란이 팀을 이뤄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이성윤 터프츠대학교 교수의 주장을 소개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이란 전문가 벤 타블로도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를 서두르는 것은 심각한 정치적, 전략적, 도덕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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