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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美 대북협상…아직 정책도, 사람도 없다

장기화될 경우 한일관계까지 발목 우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연합)
북미간의 협상 재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북한의 도발은 물론 한미간의 갈등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은 외교가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함을 공언한 것이다.

조급한 북한의 ‘선제적 공세’ 우려

북미간 마지막 공개 접촉이 이뤄진 게 벌써 17개월 전이다. 스티븐 비건 전 대북 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가진 비핵화 실무 협상이 양측의 마지막 만남이다.

바이든 정부는 최근 조금씩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내놓고는 있다. 북한 비핵화가 시급한 현안이라고 인정 한데 이어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된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을 통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대북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제시된 이 지침은 북한을 파괴적 역할에 전념하고 있는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지침은 또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의해 야기되는 위협을 줄이고 한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외교관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의 ‘톱다운’식이 아닌 외교를 통한 실무협상을 강조한 셈이다. 그런데 대북 전략을 실행해야 할 외교관들의 자리가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으니 북미간의 접촉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진용은 마무리됐지만 국무부는 부장관 취임도 마무리되지 않은 채 대북 정책 담당자의 인선도 지연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임명이다.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미국 측 인사가 정해져야 실무 회담이라도 추진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웬디 셔먼 부장관 내정자가 이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건 전 특별대표의 경우 부장관 승진 이후에도 대북 특별대표 직함을 유지했다.

성 김 동아태 차관보 대행도 대북 특별대표를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이미 대북 특별대표직을 맡은 경험이 있다. 김 대행의 직급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만큼 북미 협상을 추진하는데 적절한 카드라는 평도 나온다.

대북 정책 우선 순위가 밀리는 상황은 미국 조야는 물론 우리 정부에게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여름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 관계자도 북미간의 접촉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과도 북한 문제에 대한 성의 있는 대화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당국자는 WP에 "언젠가는 중국과도 협의해야겠지만 지금 우선순위는 동맹이다"라고 설명했다. 동맹 복원이 시급한 현안인 만큼 바이든 정부가 공적으로 지목한 중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할 기반이 마련되고 있지 않은 셈이다.

WP는 이런 상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인내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대북 정책 지연에 대해 가장 조급해 할 당사자는 김 위원장이 꼽힌다. 그의 인내가 한계에 달하면 언제든 미사일과 핵실험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시 로긴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미국이 마냥 시간을 끌 경우 버락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의 재개를 우려한 북한이 선제적인 공세를 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北보다 日이 더 급한 미국?

미국의 대북 입장이 지연되는 상황이 한국정부와 미국 정부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한국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가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의 우선순위에서 북한을 배제했다고 평했다.

NK뉴스는 미국의 동맹 복원 입장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 부족이 한미 관계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대북 전문가 글린 포드 전 유럽 의회 의원의 발언도 소개했다. NK뉴스는 한국 정부가 문 대통령의 임기 종료 전에 북미 회담 재개를 유도하기 위해 미측과 협상을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급함은 벌써부터 미국의 불만을 사는 모습이다.

조지프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측이 마련한 행사에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남한이 북한에 지나치게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윤 전 대표는 "(미국은) 한국의 대선이 1년 남짓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워싱턴 정가는 한국 정부가 북한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한일간의 협력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한일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지속적으로 한국 및 일본과 협력해 북한 비핵화를 다루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중국이 아니라 납북자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이 개입하는 순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북미 협상에 앞서 위안부 갈등이라는 복잡한 퍼즐을 안고 있는 한일 관계 조율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측이 동맹관계에 적극 개입하며 한일 관계 개선을 압박할 경우 문 대통령의 고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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