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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마침내 시작된 바이든·김정은의 ‘밀당’

北, 탄도미사일 발사
  • 북한이 지난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이 두 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통해 마침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이끌어 냈다.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임계점'이 확인된 만큼 양측이 본격적인 ‘기싸움’ 줄다리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앞서 순항미사일 발사로 시작된 저강도 도발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상향 조정한 것은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테스트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 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도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상황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바이든 “유엔결의 위반” 못박아…트럼프와 다른 반응

효과는 확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UN)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이 선언한 핵과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모라토리엄'(유예선언)을 위반하지 않는 한 큰 문제로 삼는 일은 없었다. 북한은 그 기조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가 될지 간을 맞춰보기 위한 의도로 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은 확실했다. 그는 "그들이 긴장을 촉발하면 우리도 그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을 위협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문제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적 해법도 준비하고 있지만 비핵화가 조건이 돼야 하며 동맹과 함께 논의 중이다"라고 부연한 것도 이런 입장을 반영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북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충고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나 역시) 그렇다"고 명확하게 답했다. 북한 문제를 단호하게 해결하겠다는 확실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처음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확실한 견해를 내놓았다. 국무부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필자의 질의에 "미국은 북한의 불안정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를 자극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또 북한의 불법적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자극을 꺼리던 국무부의 언급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이후 강경 기조로 가는 방향이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방향을 어느 정도 마련했음을 시사한다. 국무부가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한국과 일본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입장까지 내놓은 점은 분명히 경고성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양측은 완충 장치도 마련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적 노력을 거론하며 수위를 조절한 것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미국을 정면으로 자극하는 것은 피했다. 김 위원장이 신형 미사일 발사 장면을 참관하지 않은 게 그 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미사일을 이 시점에 쏜 걸까. 미 터프츠대의 북한 전문가 이성윤 교수는 "김 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에 압력을 가하고 그의 관심을 끌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화가 끝난 만큼 새로운 위협을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개입할 것을 압박하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의 평가대로라면 북한으로서는 이번 도발로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화 제의를 무시했음을 스스로 밝혔지만 이번 도발을 통해 미국의 입장을 확인했고 추가 제재시 도발을 확대하겠다는 경고도 보냈다.

김정은, 미국 관심 끌기에는 성공…수위는 조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가 피폐해진 상황에서 미국의 제재 해제는 북한에게는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미국의 추가 제재는 북한에게는 치명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 리 우드로윌슨 센터 한국 석좌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 북한이 시험 발사를 재개하게 된 요인 같다"고 평가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북한에 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추가 제재와 외교적 해법을 모두 고려하고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바이든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희망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앞서 미 당국자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한 브리핑에서 "북측이 우리가 대화의 문을 닫았다는 인식을 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북한의 도발이 추가로 이어지면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북한이 도발 수위를 더 높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핵실험을 재개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나서는 것은 시작도 하지 못한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가 사실상 종식되는 단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저강도 도발을 이어가면서 새로운 무기 개발을 진행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관심을 끌면서도 분노를 사는 일은 피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조야에서는 북한과 다시 협상을 시작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 연구원은 최근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를 통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당장 비핵화를 달성하기는 어렵지만 핵위험을 줄일 수는 있다”고 주장했다.

테리 연구원은 "북의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보다 동결이나 부분 제거를 통해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비핵화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현실적인 협상 시도는 북한의 위협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협상이 지연되는 사이 북한이 전략무기 개발을 진행하며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이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핵탄두보다는 미사일을 협상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신 미국은 검증을 전제로 미국의 대북제재 면제나 북한의 석유수입 제한 등 유엔 제재를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아울러 북한이 약속을 어길 경우 제재를 완화했다가 이후 다시 복원하는 '스냅백' 조항을 발동해 제재를 다시 가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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