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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스포츠로 번진 미·중 갈등…의도된 천기누설?

美,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선언
  •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제공)
올림픽이 국제 외교 ‘복마전’의 대상으로 전락할 위기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사라졌던 정치적 ‘보이콧’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부각된 것이다. 미국, 중국 사이에서 놓인 우리 정부도 최악의 경우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위기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중 갈등에 평화의 잔치도 ‘위기’

미국과 서방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은 동서냉전 이상으로 미·중 갈등을 확산할 수 있는 ‘핵폭탄급’ 사안이다. 과거의 올림픽 보이콧이 동·서간의 갈등이었다면 이번은 미·중 관계가 악화가 배경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취임 이후에도 미·중 간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은 올림픽 보이콧까지도 겨냥하고 있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된 올림픽 보이콧 논의는 그동안 가능성만 거론됐지만, 이제는 현실화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의 정례 브리핑이다. 미 정부는 지금껏 베이징 동계 올림픽 불참에 대한 요구가 있었음에도 결정된 게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이날은 달랐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 중 베이징 올림픽 불참과 관련한 질문에 “이것은 우리가 확실히 논의하고 싶은 사안”이라면서 “시간표를 제시할 수 없지만, (동맹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미·중은 물론 중국과 유럽연합(EU) 간에도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침해 여부를 두고 상호 제재와 갈등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대부분 언론은 미국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을 고려하고 있다고 긴급 타전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이 이날 신장 지역에서 집단 학살 등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을 편 것도 인권과 올림픽 불참 연계를 부추겼다.

이후 상황은 혼란스럽다. 일단 국무부가 수습에 나섰다. 한 국무부 관계자는 “동맹국과 올림픽 보이콧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았다”라면서 “우리 입장은 변한 게 없다”라고 전했다. 발언 당사자인 프라이스 대변인도 트위터를 통해 올림픽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철회했다.

다음날 백악관이 동맹국과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을 고려한 바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상황은 수습됐지만 미국 측의 돌발 발언 배경은 정확하지 않다. 프라이스 대변인이 중국의 입장을 떠보려 했을 수도 있다. 중국 측은 당연히 올림픽 보이콧이 ‘올림픽 정신 위반’이라고 반응하면서 반발 기색이 역력했다.

미 정부는 조야에서 중국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려는 조치로 올림픽 보이콧을 꾸준히 요구해 왔음에도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아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제 보건 위기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미·중 간의 갈등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예측적인 언급을 피해왔던 것이다.

대신 미국은 자국 올림픽 위원회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실제 미국 올림픽ㆍ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도쿄 올림픽은 물론 베이징 동계 올림픽 불참 가능성에 반대해왔다. 수전 라이언스 USOPC 위원장은 “미국의 젊은 선수들이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올림픽 보이콧을 강하게 반대했다.

미국이 코로나19의 위협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도쿄 올림픽 참가를 사실상 예고한 것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불참을 결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배경이다. 인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표 선수들의 올림픽 참가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가 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美, 시진핑 치적 홍보 들러리 우려…“선수는 보내도 외교는 안돼”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치적을 홍보하려는 올림픽에 서방이 들러리를 설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나치의 선전에 이용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사례 재현을 우려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가 개폐회식 중 시 주석의 업적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을 정도다. 이는 시 주석의 치적에 대한 홍보영상이 미국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올림픽 참가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제안이 눈길을 끈다.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 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밋 롬니 연방 상원의원의 제안이 대표적이다. 롬니 의원은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베이징에 선수단을 파견하자면서도 외교사절단의 방중은 일절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통상 올림픽 개최 중에는 인근 국가와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하거나 대규모 외교사절단이 방문한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문했고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도 참석했다. 중국은 공산당 당서열 7위 한정 상무위원을 보냈다. 북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을 대표로 파견해 올림픽 개막식장에서 펜스 미 부통령과 만나는 역사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 이런 모습을 완전히 차단하자는 게 롬니 의원의 제안이다. 이 경우 보이콧 논란도 피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이 정해지면 동맹국에도 동참 요구가 가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면 우리 정부에게도 부담이 될 여지가 크다. 연내 시 주석의 방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한중 관계가 완전한 복원도 안 된 상황에서 올림픽의 전면 또는 부분적 보이콧은 한중 관계의 파국을 의미할 수 있다.

북한이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에는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리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 불참을 고려하기 힘든 이유다.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 모스크바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충분하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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