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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日 편드는 바이든 정부에…고민 깊어지는 한국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국과 일본의 외교전이 시작됐다. 미국은 중국과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악화한 한일 관계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일본으로 기울고 있는 미국의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에는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오는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5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도 대면 정상회담을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느 미국 대통령처럼 일본 총리를 첫 정상회담 상대로 지목했다. 미국 갈등이 어느 때보다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은 향후 전 세계의 반(反)중 세력 결집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의미가 크지만,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언한 '동맹의 복원' 목표가 미국과 동맹국의 관계가 아닌 한국과 일본 간의 관계 개선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리한 고지는 일본이 잡았다. 스가 일본 총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던 아베 신조 전 총리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발맞추겠다는 모습이 역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스가 총리는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반중 연대를 희망하는 미국은 이런 스가 총리에게 연이어 선물을 안겼다.

스가 총리 방문에 앞서 일본이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의견은 우리 정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방침 발표 직후 미국은 국무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일본에 대한 지지 입장을 확고히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처리와 관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해 투명하게 결정했다"라고 평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 "일본이 국제적인 원자력 안전 표준에 따랐다"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국무부는 '일본의 조치에 대한 한국의 반대 입장을 알고 있느냐'는 필자의 질의에 답하는 대신 성명서를 보내왔다. 성명 외에 더 언급할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도 "일본 정부의 투명한 결정에 감사한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이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그 이면에는 일본의 오염 해양수 방출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속셈도 있지만 유탄은 결국 한국으로 향한 셈이다.

미국과 일본은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과 미국을 연이어 방문하기 직전 오염수 방출을 발표하고 이를 사실상 승인했다. 미국도 한국과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를 모를 리가 없다. 이는 철저히 자신들의 입장에 선 일본을 지원하기 위한 행보다.

미국은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있음에도 도쿄 올림픽 참가 방침을 사실상 확정하며 스가 총리의 편에 섰다. 이에 맞춰 일본은 바이든 대통령을 도쿄올림픽에 초청하는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가 총리로서는 연이어 큰 선물을 받은 후 방미하는 만큼 미국에 적절한 응답을 해야 할 처지다. 대표적인 예가 반중 정책이다. 미국 외교매체 더 디플로맷은 미일 정상회담의 핵심 주제가 중국이라고 예고했다.

일본이 미국의 중국 견제에 힘을 합할 것이라는 전망은 증시에도 반영됐다.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의 거래 비중 큰 일본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한 것이다.

중국은 일본의 입장을 이미 예견하고 경고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최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통화에서 "대국 간의 대립에 말려들지 말라"는 엄포를 했다. 왕 부장은 신장·홍콩 등에 대해서도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겠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우리 정부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 서는 스가 총리와 달리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퍼즐도 부담스러운데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라는 미국의 노골적인 압박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미 정부 압박은 노골적이다. 미 정부 관계자는 미일 정상회담 직전 한일관계 악화 문제가 의제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한일관계 악화에 대해 '우려스러운 것',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마크 내퍼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도 미일 정상회담 하루 전 "한일뿐만 아니라 한미일 간에도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블링컨 장관이 한미일 3자협력에 대해선 매우 경험이 많은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에 개입했던 인사다. 최근 의회 인준을 받고 국무부 부장관에 취임한 웬디 셔먼도 위안부 합의를 종용한 인사로 거론된다. 미국이 과거 한일 관계 개입의 경험을 다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도 한일 관계 개선의 핵심은 위안부 문제임을 알고 있다. 이를 알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는 소극적인 개입에 그쳤다. 미국 내 전문가들의 의견도 희망적이지 않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3자 협력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한일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되기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북한 문제 해법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동맹국 한국과 일본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혀왔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도 열렸지만, 곧 끝난다고 했던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 마무리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역시나 최종 결론은 정상 간의 의견 교환 후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 전문가다. 전세계가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그가 진정한 미국의 동맹 복원과 인도·태평양 지역 패권 유지는 공평한 한일 관계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인식해 주길 기대한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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