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막연한 불안감 부추기지 말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더나 백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얀센 백신의 안전성에 의혹이 불거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더구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거듭된 악재 속에서 정부는 화이자 백신, 노바백스 백신, 얀센 백신, 스푸트니크V 백신 등으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백신 가뭄을 극복하는 데 성과를 보인 듯하다. 화이자 백신을 추가 구매계약하고 노바백스 백신과의 계약을 연장하는 등 정부는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푸트니크V 백신과 관련해선 사전 검토에 착수한 단계이며 유럽의약품청(EMA) 안전성 평가를 통과한 얀센 백신도 예정대로 도입할 방침이다.

국민 불신 여전, 대통령 지지율 30%대도 무너져
하지만 백신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백신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논란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는 모양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달 26일 '코로나19 백신 관련 대국민 담화문'에서 "4월 7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을 시작으로 5월부터는 접종연령을 낮추어 일반국민 대상 접종이 본격화될 예정"이라며 "9월말까지는 전국민의 70%인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는데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지금 단계에서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백신 수급과 접종에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문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 계획대로 4월말 300만명, 상반기 1200만명 이상의 접종이 시행될지 여부는 조금만 지켜보면 알 수 있는 일”이라며 "접종 목표 이행을 자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가 무너졌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는 29%, 부정평가는 60%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응답자들은 ‘부동산 실책’ 다음으로 ‘코로나19 대처 미흡’을 부정평가의 근거로 꼽았다.

백신 도입 구체적 일정은 모두 ‘비공개’
“구체적인 일정은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달라."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노바백스 백신의 구체적 도입 일정을 묻는 질문에 “적정한 시기에 인도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차질없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날 권 1차장은 방한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와 백신 공급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백신 도입 일정을 알려줄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여전하다. 코로나19 유입 이래로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확보만을 언급했을 뿐, 국민들에게 구체적인 도입 일정을 공개한 적이 없다. 국민들은 올해 3분기 ‘언젠가’ 노바백스 백신 1000만명분이 들어올 예정이라는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다. AZ 백신 역시 구체적 일정은 비공개다. 다음달 ‘언젠가’ 들어올 예정인 AZ 백신에 대해서도 질병청은 "코백스 측과 협의 중이다. 일정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얀센 백신도 마찬가지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2일 "지난 20일 EMA의 얀센 백신 ‘혈소판 감소증 동반 희귀 혈전증’ 관련 안전성 평가 결과, 이 증상을 매우 희귀한 부작용으로 분류하도록 결정했다"며 "이에 따라 제조사도 각 국가에 물량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고, 우리나라도 예정된 물량 도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 도입 일정에 대해선 함구했다. 질병청은 구체적인 도입 일정과 단계별 물량에 대해 "(제조사와) 협의 중”이라고 잘라 말했다. 물론 글로벌 제약사들이 계약서를 통해 구체적인 월별 도입 물량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한 측면도 있다. 정부로서는 구체적 일정과 물량을 공개하지 못해 답답할 수는 있지만 국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거듭 충분한 백신 물량 확보를 강조하고 있어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노바백스 백신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화이자, 모더나, AZ 백신 등은 해외 각국에서 허가를 받아 접종에 쓰이고 있지만 노바백스 백신을 실제 접종에 사용하는 국가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현재 영국에서 임상 3상을 마치고 영국과 EMA 등에서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은 2분기(4~6월) 중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어크 노바백스 CEO에게 "이제 남은 것은 사용허가"라며 "관련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백신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증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