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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오바마 ‘전략적 인내’ 전략으로 회귀?

미, 대북 정책 꼭꼭 숨긴 이유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포츠머스에 있는 타이드워터 커뮤니티 칼리지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장고 끝에 내놓은 대북 정책 재검토의 모호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가 비난을 피하고자 일부러 이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사실상 단계적인 북한 비핵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단계적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조정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역시 미 측의 입장에 맞춰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외교·안보 분야에 정통한 조시 로긴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긍정적 움직임을 보이길 기다리려는 것”이라면서 “일정부분 버락 오바마 시대의 정책인 전략적 인내로의 복귀처럼 들린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이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아닐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는 분석인 셈이다.

로긴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술적으로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익숙한 패턴으로 미끄러지고 있다는 우려가 일부 당국자, 전문가, 외교관 사이에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검토 결과의 큰 틀만 공개하며 모호함을 유도했다고 판단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협상의 유연성과 한국, 일본 등 동맹과의 협의를 유지하면서 새 정책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미국 고위당국자도 미국의 새 대북 정책을 모호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WP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일괄타결이나 ‘모 아니면 도’식의 협상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 측에 남은 선택지는 단계적 협상이다.

이와 관련해 아이혼 전 특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새 대북 정책이 ‘단계적 접근’(step-by-step, phased)으로 불리길 원치 않는다고 진단했다. 일괄 타결이 아닌 단계적 해법이 오히려 북한 비핵화를 용인하는 실수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근거에서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장기적인 로드맵을 담은 하나의 합의문에 담을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제한하는 초기 단계 합의 후 추가 협상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에 이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변 핵시설만 폐쇄할 것인지, 미신고 시설들도 폐쇄할 것인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도 제한할 것인지, 기존의 핵무기도 감축할 것인지 등과 함께 북한에 제시할 당근이 무엇이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로긴 칼럼니스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일정부분 양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로긴은 김 위원장을 협상에 복귀시키려면 정치적 비용이 따르는 양보가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우선순위에 북한이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늦기 전에 차라리 일찌감치 그 일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표현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이 미국이 북측에 양보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판단했다. 미 정부가 북한의 행동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냈다는 것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이처럼 모호한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 문 대통령의 방미와 함께 좀 더 구체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청와대도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듯하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열고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가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외교에 중점을 둔 현실적·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된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아쉬움보다는 기대가 읽힌다. 아직 한미 정상 간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대면 만남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미국의 입장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미국 측도 어느 정도의 방향은 잡은 것이 확실해 보인다. 미 당국자는 WP에 북한이 진전에 나서면 그 대가로 일부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것을 얻으려 했지만, 오바마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실수를 상기하며 두 행정부의 중간적 입장에서 대북 정책을 가져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는 무엇을 얻어내기 위해 다른 무엇을 내줄 수 있는 전략(Something for something)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측의 입장을 북한도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 당국자는 북한이 새 대북 정책 설명을 위한 미 측의 만남 제안에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언제까지 무응답으로 일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로긴은 칼럼에서 ‘바이든 팀’이 새 대북정책 설명을 위해 북한에 두 번째 접촉 시도를 했지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백악관도 인정한 첫 번째 접촉이 무산된 상황에서 두 번째 접촉까지 호응하지 않은 점은 아직까지 북한이 대화에 나설 의지가 없다는 점을 반증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최근 북측이 “미국이 매우 심각한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위협한 성명도 대북 정책 재검토에 대한 반응이기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북한 핵의 심각한 위협이라고 평가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엘리 퍼먼 내셔널 인터레스트(NI) 기고가는 북한도 어느 정도 유연성을 내포한 외교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불안요인은 또 있다. 로긴의 칼럼에 따르면 미국은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임명이 아직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북 특별 대표 임명은 미국 정부가 새로운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 불안요인을 없애는 건 우리 정부의 몫이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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