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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북미 대화·대결 준비’ 김정은…교황 방북 이슈

  •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연합뉴스 제공)
2년간 멈춰서 있던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와 남북간의 공방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방한에 맞물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처럼 미국과의 대화와 대결에 대한 언급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북미가 주도권 경쟁을 위한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진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교황의 방북 이슈가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성 김 대표는 19일 한국을 방문해 23일까지 일정을 소화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북 특별대표로 임명한 이후 첫 방한이다. 김 대표의 방한은 신임 대북 특별대표의 활동이 시작됐음을 북한에 공식적으로 통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이례적으로 한국에서 한미일 대북 대표 회의를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도 "김 대표의 방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와 함께 방한할 정 박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등 두 명의 한국인이 대북 정책을 다루는 장면은 과거에는 보기 힘든 모습이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김 대표의 방한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대미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점은 의미 심장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열린 당 전원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상세히 분석했다면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대결에 더욱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일단 대화를 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북한은 이미 연초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대미 도발을 시도했지만 더 이상 미국을 자극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 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대화에도 준비돼 있다고 한 만큼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라인 복구를 위한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김 위원장이 "조선(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도 미국에 대한 도발을 재개하기보다는 대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김 위원장의 언급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유럽 방문을 통해 연이어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한 후 나왔다는 데 주목했다.

북미간의 줄다리기가 정규전이 아닌 비정규전에서도 포착된다. 비정규전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추진은 북미 대화 중단과 함께 잊혀졌지만 최근 다시 이슈화가 되면서 새로운 돌파구 역할을 할 가능성으로도 꼽히고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남은 시간이 부족한 문재인 대통령도 교황 방북 성사가 절실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방문 중 수도원을 찾은 자리에서 "아직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지만, 그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방문 중에도 윌턴 그레고리 추기경을 만난 것도 교황 방북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해외 일정을 통해 ‘가톨릭’ 외교에 집중한 것과 맞물려 의미가 깊은 사건(?)이 발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한국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인 유흥식 라자로 주교(70)를 임명하고 대주교 칭호를 부여한 것이다.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의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탈리아 언론에서 먼저 유 대주교의 임명 자체가 교황의 방북 의지로 해석하고 나섰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11일 ‘바티칸에 입성하는 한국 성직자, 북한 방문을 꿈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상세하게 보도한 것이다. 로마지역 유력지인 일 메사제로는 유 대주교가 그동안 교황청에 남북 관계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했고 이것이 가톨릭 교회에 가져올 도전을 주지시키는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도 유 대주교가 지난 4월 교황을 알현했던 것이 북한 방문과 관련된 것이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유 대주교도 기자회견에서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교황의 방북은 북한이나 김 위원장에도 손해가 아니다. 김 위원장이 교황과 대면한다면 그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오히려 인권 유린을 비판을 받고 있는 김 위원장을 만난 교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질 수 도 있다. 그렇다 해도 톱다운식 외교가 중단된 시점에서 교황을 통한 간접적인 대북 접촉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중물로 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튼 경험을 도쿄 하계올림픽 때 다시 활용하려던 계획은 북한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그런 점에서 교황의 방북 이슈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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