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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마지막 제안’ 文 대통령, 4년 만에 타임지 재등장

  • 타임지 표지(왼쪽)와 인터넷판 기사. (사진=타임지 홈페이지 캡쳐)
문재인 대통령이 4년 만에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 표지모델로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미국과 북한 간의 갈등이 정점을 향해가던 때에 타임과 인터뷰한 바 있다.

4년의 세월과 그간의 상황 변화로 인한 문 대통령의 처지 변화는 타임의 평가에서도 나타났다. 2017년 타임지 표지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에는 ‘협상가’라는 평가와 함께 ‘김정은과 협상에 나설 대한민국 지도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 이후 차기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던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지향점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타임의 평가대로 문 대통령은 당선됐고 사상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하는 성과를 냈다.

4년 만에 이뤄진 이번 인터뷰 표지 사진에는 ‘마지막 제안’이라는 평가와 함께 ‘북한과의 평화를 위한 마지막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는 설명이 달렸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4년 전의 그 기자다. 기사의 내용을 보면 미국이 바라보는 4년간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노력에 대한 평가와 변화가 읽힌다. 임기가 10개월 남은 문 대통령의 마음은 급하지만 미국 정부의 대외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북한 비핵화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을 반영한 셈이다.

4년 전 기사에서 타임은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대북 포용 정책이 성공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문 대통령의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런 평가는 문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인터뷰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이성적이라도 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또 햇볕 정책의 계승이 북핵 문제의 해법이며 버락 오바마 전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 동의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많은 아이디어 공유와 대화를 통해 순조롭게 협정에 이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북미 정상이 세 차례나 만났지만 문 대통령이 기대했던 성과는 없었다. 대화가 잘 될 것이라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장을 박차고 일어났고 한미 갈등만 부채질하다 퇴임했다.

새로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북한 정책을 재검토하는 데만 100일이나 걸렸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도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4년 전 대화가 잘 될 거라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변죽만 올렸다'라는 노골적인 비판에 나섰지만 이에 대한 미 조야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4년 만에 달라진 ‘타임지’의 文 대통령 평가…“현실 만만치 않다”

타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미 측의 대북 협상 의지가 크지 않다는 외교가의 평가 속에서 문 대통령은 정면 돌파를 시도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도 수정했다. 4년 전 비이성적이라는 평가는 이번에는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과 국제적인 감각이 있다”는 것으로 달라졌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 협상에 나설 자격이 충분하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타임의 입장은 달랐다. 4년 전 문 대통령의 대북 포용 정책이 성공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는 문 대통령의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것으로 뒤바뀌었다. 타임은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역시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다를 것 없는 지연 전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대로라면 문 대통령은 자신이 실패로 규정한 대북 정책의 계승자에게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한 행동에 나서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셈이다. 타임은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권 문제를 중요시 하는 바이든 정부의 등장이 북미 관계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소개했다.

타임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옹호한 것에 대해서는 착각이라는 대북 전문가들의 평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향후 북미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미 조야의 시각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우리 측도 모를 리 없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축소를 통해 북한에 대화 신호를 주자”는 입장을 제기했다.

정 부의장은 ‘대화 중단’을 선언한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에 대해 “시쳇말로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김 위원장이 직접 대미 대화와 대결에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발신했는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이를 헤아리지 못하고 “흥미롭다”고 말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평가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강조했고 국무부도 북한의 대미 비판 성명에 대해 반응하기보다는 대화재개를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 협상 의지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린다.

워싱턴 정가의 한 소식통은 여전히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에 관심이 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인권 문제가 강조되며 북미 대화에 불리한 상황도 조성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는 오히려 북한의 대화 의지도 문제로 삼았다. 그는 “중요한 것은 북한 쪽에서 상황을 진전시킬 의지가 있느냐인데, 나는 회의적“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미국에 조건 있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에 어떤 유인책도 제공해선 안 된다는 미국의 의견도 확산하고 있다. 힐 전 차관보도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북미 대화의 불씨는 좀처럼 지펴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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