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JP모건체인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뉴욕 등 세계 금융도시에 자리를 잡은 기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 과정이 여전히 더디게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폐쇄된 지 약 15개월이 지난 후 세계의 주요 금융 센터 기업들은 직원의 사무실 복귀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구글의 모빌리티 데이터에 따르면, 런던, 뉴욕 및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 활동은 여전히 평소의 50%를 밑돌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싱가포르, 홍콩 등의 다른 지표들도 바이러스 관련 규제가 어떻게 근로자들의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서 유행병이 사라질 조짐을 보이면서 애플과 JP모건체이스는 그동안 화상회의 시스템, 줌(zoom) 통화에 지친 직원들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복잡하고 대부분 고용주의 통제 밖에 있는 요인들에 달려있다. 백신 접종과 델타 변이 확산도 중요한 변수이다. 또한 교통수단이 해결되고, 학교 수업도 전면 정상화 되어야 한다, 그래야 육아 문제에서 벗어나 회사에 돌아올 수 있다.

이제 기업들은 원격 근무에 따른 유연성을 누리면서 관행을 익혀가고 있는 직원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유니레버는 직원들이 코로나19 퇴출 이후에도 일정 시간을 사무실 밖에서 보내도록 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도시와 심지어 기업마다 상황은 크게 다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팬데믹 이전처럼 다시 살아가는 것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변이가 퍼진다면 가장 정교한 경제 재개방 계획도 무산될 수 있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난 5월 말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쇼핑 거리 차일(zeil)은 술집과 카페가 다시 문을 열면서 활기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난 인파는 대부분 쇼핑객과 적당한 날씨를 즐기는 구경꾼들이다. 연방법에 따르면 꼭 필요하지 않은 직장인들은 이달 말까지 계속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차일내 금융지구는 여전히 소름 끼치게 인적이 드물다.

가끔 이 도시의 많은 고층 건물 중 한곳을 드나드는 직원들만이 있을 뿐이다. 이는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사업이 아직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암시하는 다른 지표들과 일치한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승객 수는 위기 이전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구글의 평일 업무 공간 이동성 데이터는 여전히 17% 감소 수준을 보이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여행객들에게 문을 닫아야 했던 호텔과 레스토랑의 수익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상 상태로 돌아가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유럽연합(EU) 전체에 대한 백신 보급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백신을 완전히 접종한 사람들의 비율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현재 약 2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는 향후 몇 주 내에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사내 의사까지 백신 접종에 투입되면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정부는 이달말 근로자들의 재택근무 요건을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많은 독일 기업들은 정부에게 요구 조건을 완화하기 위해 로비를 벌여왔다. 이는 독일 기업들이 그들의 근로자들에게 사무실로 빨리 돌아가라고 요구할 것임을 시사한다.

◆ 영국 런던

지난 21일 영국은 사람들의 이동에 대한 마지막 제한이 풀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사회의 전면적인 재개방을 7월 19일까지 연기했다.

도이체방크, 골드만 삭스 및 런던의 다른 은행들은 모두 직원들을 책상으로 불러 들이려는 계획을 중단했다. 이는 사무직 근로자들에게 의존하는 식당, 술집 및 소매업자에게까지 타격을 주었다. 여름 휴가까지 고려하면 금융가 ‘스퀘어 마일’에 근로자들이 떼 지어 돌아오는 시점은 9월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이의 추가 확산은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런던에서 200마일 조금 떨어진 맨체스터에서 신규 환자가 급증하면서 많은 주민이 집에 머물렀다.

런던 상공회의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주된 걱정은 출퇴근 시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나타났다. 소매상들과 술집들은 새로운 전염병이 퍼지더라도 통근자 수가 계속 증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앞으로 몇 주 동안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 홍콩

홍콩에서는 대부분 근로자들이 이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홍콩에 장기간 머무를 수 있을지는 정부가 더 많은 시민에게 백신을 접종하도록 설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3월, 철도 운영사인 MTR의 주요 노선의 일일 평균 승객 수는 2019년 같은 달에 나타난 수준의 73%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와 HSBC 홀딩스와 같은 은행들은 이미 그들의 사무실을 모든 직원에게 개방하고 있다.

다만 홍콩의 문제는 낮은 접종률이다. 홍콩에서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것으로 2019년의 전례 없는 거리 시위 이후 주요 정치적 자유가 침해되었기 때문이다. 그 불안은 기업들 사이에서 사업할 수 있는 도시로서의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경기 침체와 함께, 이러한 우려는 사무실 임대료 하락과 공실 증가에 이바지하고 있다.

홍콩 금융당국은 모든 금융기관이 고객 대상 역할이나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예방 접종을 강력히 권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백신 출시 과정에서 기업의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접종 받은 공무원에 대한 유급 휴가,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시민들에 대한 추가적인 제한 등 새로운 캠페인을 발표했다.

◆ 싱가포르

싱가포르의 유연근무제는 사무실로 돌아가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스탠다드차타드 직원의 80%가 원격 근무 중이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1분기에 상위권 사무실의 공실률은 9.8%로 이전 기간의 9.6%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더딘 사무실 복귀가 임대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동산 업체들에 따르면, 인기 있는 사무실 공간의 월평균 임대료는 올해 들어 3개월 기준 1.2% 하락, 5분기 연속 내림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소규모 기업의 직원들은 지속적인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미국 뉴욕

지난해 코로나19 급증으로 초토화됐던 뉴욕은 15개월 만에 깨어나고 있다. 월가의 기업들은 직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오면서 기나긴 겨울잠에서 벗어나고 있다. 빌 드 블라시오 뉴욕 시장도 시민들의 귀환을 반기고 있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 제한이 풀렸다. 최소한 다음 달 초까지 JP모건은 교대 근무 시 전 직원 복귀를 추진 중이다. 대중교통은 과거 수준에 한참 못 미치지만 활기를 돠찾아 가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교통국에 따르면, 지난달 지하철 월평균 탑승자 수는 팬데믹전 기준치보다 약 58% 낮았다. 이는 지난 4월의 63%에 비해 소폭 개선된 수치다.

메트로 노스 열차 노선과 도시의 다리, 터널의 여행객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세 노선 모두 가장 붐비고 있다. 웨스트빌리지, 어퍼 이스트사이드 같은 주거지역내 식당과 술집은 사회생활이 되살아나며 활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맨해튼 미드타운과 같은 사무실 중심 지역의 거리는 조용하다.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빈자리는 여전히 반등이 더디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맨해튼의 사무실 공급량은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업체 세빌스에 따르면, 사용 가능한 임대 공간은 2200만 제곱피트 ( 약 61만 평)에 달한다. 이는 팬데믹 전보다 62% 늘어난 것이다. 심지어 대금융위기와 9.11 테러 이후 나타난 수준보다 더 높은 수치이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의 거리와 보도에서 교통이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이 도시의 대상 인구의 80% 이상이 최소 1회 이상의 백신을 맞았다. 지난달 15일 캘리포니아는 대부분의 사업 규제를 없앴다. 하지만 오피스타워의 유리 창문 뒤에는 복도가 비어 있고 책상이 치워져 있다. 일부는 영구적으로 치워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에어비앤비, 트위터, 세일즈포스닷컴 등 샌프란시스코의 경제를 이끄는 주요 기술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유연한 업무 방식을 수용, 공간을 다시 수정하고 있다. 세빌스는 1분기 중 900만 제곱피트 이상의 사무실이 재임대를 위해 준비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보안업체 캐슬시스템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현재 샌프란시스코 지하철 지역의 직장인 중 19%만이 복귀했다. 이는 이 회사가 추적하고 있는 미국 10개 도시 중 가장 낮은 비율이다. 그러나 오는 9월이면 이 지역은 새로운 정상 근무에 대해 더 나은 느낌이 들게 될 것이다. 이는 우버, 애플, 구글을 포함한 기업들의 목표이다.

베이 에어리어 지역의 교통국은 9월쯤 강력한 복귀 추세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8월 30일까지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