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청사( 사진=연합뉴스 )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즌 2는 이전만큼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을 전망이라고 빌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가 주장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최근‘곧 다가올 연준의 테이퍼링에 겁먹지 말라’란 제목의 블룸버그 칼럼에서 미국의 경제·인플레이션 상황이 연준의 목표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시장을 부양했던 연준의 자산매입 정책의 철수 방법과 시기에 대한 논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2013년과 다른 점은 연준은 테이퍼링을 경험했다는 것”이라며 “2013년에도 발표 시점에만 혼란이 발생했고, 테이퍼링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상기시켰다.

더들리 전 총재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라는 전통적 도구에 익숙했던 연준과 시장 앞에 2013년 처음으로 나타난 테이퍼링은 불확실 그 자체였다.

그동안 실시했던 자산매입을 줄여나가고 뒤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구도를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든 과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실시될 시즌 2는 혼란 없이 헤쳐 나갈 것으로 더들리 전 총재는 예상했다.

그는 경제 전망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6개월 후 연준이 테이퍼링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연준이 강조하는 실질적인 추가 진전이 나타나려면 일정 기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했다.

또한, 아직 연준이 표현하는 완전 고용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대유행 병이 일어나기 전의 일자리에 비해 약 760만 개가 부족하다. 매달 1백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되더라도 최소한 몇 달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복잡한 노동 시장의 상황도 이른 시일 내 테이퍼링 실시를 가로막고 있다. 주당 300달러의 추가 실업 혜택은 직장 복귀를 가로막고 있다. 또한 학교 봉쇄·원격 수업은 부모를 육아에 매달리게 한다. 따라서 구인난 광고는 늘어나지만,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이 동반되고 있다.

한편, 연준 일각에서는 부동산 거품 상황에서 주택저당증권을 추가 매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양적 완화는 매월 국채 8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 400억 달러를 각각 매입하고 있다.

따라서 자산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을 실시할 때 주택저당증권부터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들리 전 총재는 “부동산 시장을 고려한 주택저당증권의 우선 축소는 합리적일 수 있으나 연준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지난번 자산매입축소 때 연준은 모든 채권을 동시에 매입을 축소했다.

더들리는 이어 “동시에 월 100억 달러씩 매입 규모를 줄이더라도 4회 실시하면 주택저당증권의 순매입액은 제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채의 월 매입액은 400억 달러가 남게 된다.

시장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인 테이퍼링 완료 전 금리 인상 시나리오에 대해 더들리 전 총재는“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쪽에서 자산을 매입하고, 반대 손으로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부양책과 억제를 뒤섞는 무감각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만약 연준은 경제가 기대 이상의 호조라고 판단되면 금리를 올리지 말고 테이퍼링 속도부터 올리면 된다. 시장은 이를 금리 인상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더들리 전 총재는 덧붙였다. 또한 연준이 금리라는 중요한 통화정책 도구를 쉽게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더들리 전 총재는 2009~2018년 동안 뉴욕 연준 총재를 역임한 후 현재 블룸버그 객원 칼럼니스트 겸 프린스턴 대학교 경제정책센터 연구원을 맡고 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