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 청사( 사진=연합뉴스 )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위 관계자가 각 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열풍에 대해 한때 유행에 그칠 ‘낙하산 바지’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낙하산 바지는 1980년대 브레이크 댄스에 열광했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패션이다.

또한, 연준 관계자는 소외당하기 싫은 심리를 나타내는 포모(FOMO) 증후군에 사로잡힌 중앙은행의 집착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문 'Fear Of Missing Out'의 머리글자를 딴 포모 증후군은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 증상을 의미한다.

뉴욕타임스, 로이터통신 등 최근 외신에 따르면 랜들 퀼스 연준 부의장은 “미국인의 강조 주의에 민감한 특징과 포모 심리가 결합하여 표출된 현상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퀼스는 또 “비판적 사고를 외면하고 때로는 충동적이고 착각에 빠져 열광하거나 유행하는 습관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런 퀼스 부의장의 비판은 연준 내 위원들의 다른 의견과 대조적이다. 연준 내 중앙은행 CBDC에 대한 의견이 일치되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CBDC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올해 여름 연준은 글로벌 지급 결제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을 기술하는 토의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퀼스 부의장은 “최근의 CBDC 추세는 1980년대의 낙하산 바지와 비슷하다”며“(중앙은행 정책이) 유행처럼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에 편견을 갖고 싶지 않지만 ‘높은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CBDC 찬성론자들은 실물화폐의 전자 버전인 CBDC가 재정적인 측면을 포함해 국가 간 지급 결제를 개선해 달러의 위상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은행 등 반대론자들은 민간 부문이 스스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어 어떠한 이점도 없는 불안정한 발전에 불과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애초 미온적이던 연준의 반응이 본격적으로 돌아선 것은 중국의 적극적인 디지털 위안화 추진 정책 때문일 수 있다. 의회와 금융 당국이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한 가운데 연준 개정안 추진이 공표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퀼스 부의장은 “CBDC의 활용 사례가 위험 요소보다 크다는 점을 확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외국의 CBDC로 인해 달러화 위상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달러의 힘은 무역과 금융시장의 연계성과 미국의 법치주의 그리고 연준에 대한 신뢰가 깔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달러 등 주요국 통화와 연계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퀼스 부의장은 진단했다. 오히려 달러 연계 스테이블 코인으로 인해 국경 간 지급이 빨라지면서 달러 사용이 장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BDC보다 훨씬 더 빠르게 구현되고 단점이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기업 페이스북이 추진 중인 별자리 천칭자리 이름을 딴 암호화폐‘리브라’에 대한 우호적인 견해이다. 다른 연준 인사들은 리브라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리브라 채택이 확산한다면 새로운 대체 지급 시스템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리브라로 인해 가계와 기업은 추가 비용을 부담해 지급 시스템을 운영하는 불편을 떠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