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투표권 순환제가 금융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지역 연방준비제도 12명 총재 전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유럽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가 주장했다.

CEPR의 정책포털 사이트 복스(Vox)는 ‘미국 Fed, 순환 투표제의 금융시장 영향’이란 최근 칼럼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연준은 의장 등 이사 7명과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1명을 포함한 총 8명에 대해 영구적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투표권 4장은 나머지 11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에게 매년 혹은 3년에 1번씩 기계적으로 부여된다. 그해 투표권을 갖지 못한 7명의 지역 총재들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 발언권만 가진다.

복스는 “FOMC의 큰 원칙은 두 사람의 두뇌가 한 사람보다 현명할 것이라는 판단아래 운영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투표권 유무를 기준으로 FOMC 위원의 외부 공개 연설 횟수·어조·연설 시간·연설 후 채권수익률 반응을 분석하면 의외의 결과가 도출됐다.

지역 연은 총재는 해당 지역의 경제 상황에 정통하다. 따라서 FOMC 회의가 열리면 지역 경제와 관련 정보를 가져와 해당 지역 고충을 최대한 전달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이런 지역 총재들의 행태는 과거 다른 연구에서 여러 차례 입증됐다. 따라서 이번에 복스는 투표권 보유를 잣대로 두 가지 가설을 설정·분석했다.

첫 번째는 투표권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 심리에 자극받은 지역 총재가 외부 연설·FOMC 회의 토론 때 더 전념할 것이란 ‘손실 보상 가설’이다. 두 번째는 투표권을 가진 지역 총재가 책임감을 느껴 외부 연설과 FOMC 회의 토론 때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이라는‘이익 증대 가설’이다.

이를 위해 복스는 1994~2013년 기간 동안 160회의 FOMC 회의와 2800건의 외부 연설을 조사했다.

분석에 따르면, 외부 연설 횟수와 회의 개입 어조 모두 투표권 보유 시 지역 연은 총재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특히, FOMC 회의 때 반대표가 노출된 이후 투표권 있을 때 연설 횟수는 없을 때를 크게 웃돌았다. 이익 증대 가설이 더 작동되고 있다.

이런 차이는 금융시장에서 ‘채권수익률의 투표권 할인’의 형태로 나타났다. 투표권을 가진 지역 연은 총재의 공개 연설에 채권시장이 덜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즉, 투표권을 가진 지역 총재의 연설에 대한 채권수익률 반응 폭이 작았다.

채권시장은 투표권 지역 연은 총재가 국가 전체적 상황보다 지역 상황에 더 민감하게 행동 중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거꾸로 해석하면, 투표권 없는 지역 총재의 외부 연설에는 국가 전체적인 경제에 대한 논점이 강조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국채 3개월물 기준, 투표권 유무의 차이는 약 26%이다. 국채 5년물로 확대하면 11%로 나타났다. 베이지북 발표 이전이나 FOMC 회의 때 반대표 노출 이후 때 ‘투표권 할인’현상은 더 확대된다. 베이지북은 연준이 매년 8회가량 발표하는 경제 동향 보고서이다.

복스는 “이처럼 투표권 유무에 따른 지역 총재들의 외부 연설 횟수가 다르고 채권시장 반응이 왜곡되는 만큼 12명의 지역 연준 총재 전원에게 투표권을 주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는 비싱-요겐센 버클리 대학교 교수의 논문(2020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 출처=VoxEU )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