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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美 대북 제재 빗장 풀리나…‘징벌적 제재’ 방식 손본다

북한과 이란 협상에 변화 추구…남북 교류 차단막 사라질까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간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제재 정책 자체를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이 북한은 물론 이란을 상대로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 선제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남북 교류의 ‘감시자’로 활동해 온 한미워킹그룹까지 종료한다면 북한도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는 전망이다.

최근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이란 등 적성국에 대한 ‘징벌적 제재’ 정책 개편 작업은 기존 미국의 정책을 뒤집는 것인 만큼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WSJ은 정책 재검토가 거의 완료돼 올 여름 중으로 새로운 정책이 제시될 것으로 파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정책 재검토에 이어 징벌적 제재 정책 개편을 통해 북한과 이란과의 협상에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과 이란은 그동안 미국의 제재가 자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쳐왔다고 비판하고 선 제재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자신들이 결정한 제재를 수정한다는 것은 상당한 변화다.

국무부는 이에 대해 후폭풍을 의식한 듯 일단 부인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유엔(UN) 및 북한 주변국들과의 외교 등을 통해 대북제재를 계속 이행해나갈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장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당국자가 전방위적인 제재로 인해 경제에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 이번 작업의 목표라고 언급한 대목에 눈길이 집중된다. 이는 인권과 인도주의를 앞세우는 바이든 정부가 기존 방식의 제재 실효성을 다시 들여다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기존 제재가 국민의 삶을 어렵게 한 데 비해 북한이나 이란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더욱 촘촘하게 강화했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 전 재무부가 올해 초 집계한 북한에 대한 조치는 243건에 이른다.

워낙 촘촘하게 제재 그물망을 펼쳐 놓다 보니 미국 정부 자신은 물론 유엔이나 한국도 인도적인 대북 지원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이 같은 무차별적인 제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견제했다는 의견도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을 지낸 시걸 맨데컬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금융과 경제적 압박을 통한 통한 개발 자금을 차단이다”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를 주요 외교 수단으로 활용한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포괄적 외교적 노력의 일부로 활용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독자적인 제재 대신 동맹국을 동원한 공동 제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 출범 후 강조된 동맹복원에 대한 의지를 북한과 이란 문제 해결에도 적용한다는 의미이다.

한 고위 관계자가 WSJ에 “지난 4년간 미국의 대외정책을 설명한 ‘일방적 행동’에서 벗어나 동맹국과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 것이 그 예다.

WSJ에 따르면 윌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장관은 이미 다국적기업과 은행, 비정부기구 관계자들과 만나 제재를 ‘신중하고 전략적이면서 정당하게’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제재에 대한 물줄기를 바꿀 정도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는 이번 검토가 신 정부 출범 후 이뤄지는 통상적인 과정이라면서 “대부분의 대북제재는 수많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뤄졌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유엔 제재는 미국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소가 가능하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유엔 제재를 해제하려고 해도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풀지 못해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인식은 외교가에서는 공연연한 비밀이다.

미국의 제재 재검토는 마침 한미 워킹그룹 종료 검토와 맞물려 해석할 수도 있다. 외교부는 지난달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후 한미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미 모두 북한에 대한 제재에 지나치게 치중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8년 11월부터 시작된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간의 교류 시도 시마다 미국의 제재 입장을 반영하며 장애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우리 정부가 시도한 북한 지원이 대부분 미국의 대북 제재에 저촉되는 것을 한미 워킹그룹에서 확인해왔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지원하려다 무산된 것도 미 측이 한미워킹그룹에서 제재를 이유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외교가 소식통들은 미국의 대북 제재가 법률에 의해 겹겹이 쌓여 있다 보니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북한 측도 남북 교류를 차단해온 한미 워킹그룹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해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 남북 관계가 파탄 난 것은 한미 워킹그룹 때문이라고 콕 집어 비판한 바 있다.

워킹그룹이 사실상 사라지는 만큼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이 미국이 던진 공을 되돌려 주지 않는다면 북미는 물론 남북 대화도 계속 헛바퀴만 돌릴 수 있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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